여행 탐구생활/서울

노량진에서 맛보는 양꼬치와 온면

꼬양 2010. 5. 27. 11:30

노량진하면 생각나는 것은 싱싱한 수산물, 그리고 공시족.

노량진에서 양꼬치를 먹는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간 곳이기도 하다. 노량진 수산시장 건너편, 주택가로 보이는 골목에 들어서면 국어로 된 간판도 보이지만 한자로 된 간판도 보이는 신기한(?) 일을 겪게 된다.

여기가 정녕 노량진인가 싶을 정도인데...

 

 

 

아는 사람만 간다는 그곳. 양꼬치 전문점을 찾았다.

"꿸 관"이라는 단어가 바로 이곳이 꼬치전문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창문부터 범상치 않은 한자들로 가득. 갑자기 세종대왕님이 급 그리워진다.

 

 

늘 분주하고 바쁜 노량진 수산시장. 이곳에도 중국인, 조선족 인부들도 많다.

이들이 시장 사람들과 함께 술 한잔 걸치러 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양꼬치 전문점인 것이다. 연변에서 양꼬치는 국민음식으로 통한다고 했던가? 우리가 "삼겹살에 소주!"이리 외친다면 연변에서는 "양꼬치와 맥주"다.

물론, 우리 일행은... 이 둘을 적절히 섞은, 양꼬치에 알싸한 소주였다.

 

 

양꼬치 4인분을 시키고 주섬주섬 반찬을 먹기 시작한다. 양꼬치를 먹기전에 접하는 음식들은 아주 간단하다. 당근과 양파, 무채. 그리고 땅콩. 이걸로 끝! 일단 당근을 된장에 찍어먹으면서 준비운동을 시작한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친구는 젓가락으로 땅콩 하나하나 세어가며 먹기도 하고.

 

 

 

참, 메뉴판을 둘러보는 센스. 양꼬치의 경우 10개 꼬치에 7000원이다. 나는 10개도 많았는데, 남자들은 20, 30개를 앉은 자리에서 먹는 기염을 토해낸다.

 

 

주문을 하고 나면 몇 분후에 이렇게 양꼬치가 수북히 쌓인 접시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그 전에 미리 숯불은 빠알갛게 양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불 위에 나란히 나란히 꼬치를 진열해 놓는다. 그리고 노릇노릇 익도록 뒤집어도 주는데. 한잔 두잔 술을 걸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면 어느덧 양고기는 숯불향이 배어 노릇노릇 익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먹기에 돌입한다. 양꼬치 하나씩 잡고, 양꼬치 굽는 고기대의 홈에 고기를 꼬치 끝으로 몬 다음에 호호 불면서, 데지 않게 쭈욱 고기를 빼서 먹기 시작하는데...

양고기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매콤한 걸 좋아한다면 고추가루만 찍어서 먹거나 또는 향신료의 일종인 쯔란에 찍어서 먹기. 들깨, 고춧가루, 쯔란까지 섞어서 한번에 오묘한 맛 맛보기 등.

 

 

나의 식성은? 일단 다 섞기. 쯔란을 무지 좋아하는 편인데 쯔란과 고춧가루는 섞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_-;

양고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고춧가루에 찍어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쯔란 맛에 익숙한 사람은 쯔란 하나만 갖고 양고기를 먹기도 한다.

 

양꼬치를 몇 인분이나 먹었을까... 그래도 이분들은 배가 고프시댄다. 꼬치는 테이블 한 켠에 수북히 쌓여가고... 안되겠다 싶어서 시킨 것이.. 바로 양갈비.

 

 

마찬가지로 숯불에 굽는다. 노릇노릇 고기가 익어갈동안 잠시 먹느라 멈췄던 수다타임이 다시 또 시작된다. 왁자지껄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았는지 수다 보따리를 그렇게 풀어놓는데...

가게는 점점 사람들로 가득찬다. 가게에는 한국말과 중국말이 섞이고, 구수한 연변말도 간간히 들린다.

수산시장에서 일을 하는 인부들과 동네 사람들, 고시공부를 하는 학생들까지 가게안은 만원이 된다.

 

 

양갈비가 다 익자 물론 이것도 입으로 쏘옥. 기름기는 쏘옥 빠지고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여있어서 먹기도 좋았다. 여자라고 봐주는 것 없고, 이쁘게 먹을 필요도 없고, 그냥 손에 들고 다들 먹는 분위기다.

 

 

갈비집에 가면 고기를 먹은 다음에는 냉면을 먹는다.

 

그렇다면 문제.

양꼬치를 먹은 후에는?

정답 : 냉면 대신 온면으로 입을 달래준다.

 

온면을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데... 시키지도 않은 온면을 사장님은 갖다 주셨다. 사장님의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는 온면.

"어머! 또 주셨어요? 사장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맛있게 먹기 시작.

따뜻하고 매콤한 국물 후후 들이키고 배를 토닥토닥이며 "배불러~ 살찌겠어"라고 푸념도 해보고.

배불리 먹고 나오는 길에 주위를 둘러본다. 까만 밤하늘,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주택가라는 점은 여느 동네와 다를바 없는데.... 

 

 

 

 

 

노량진수산시장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서서 걷다보면 한자로 된 몇 개의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이 양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고, 이 음식점들은 동작구청 후문, 좀 더 올라가서 청화병원까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낯설기만한 느낌의 중국식품점도 발견할 수 있는 골목이 바로 이곳이다. 또한, 한자능력검정시험도 보는 것도 아닐텐데 괜히 간판 잘못 읽지 않았나 하는 조바심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뭐 어떠랴. 맛있게 먹으면 되는거지.

 

 

노량진 수산시장 맞은 편 어느 골목 길에는 고소한 양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차오르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근데... 왜 다음지도에는 이 가게가 없는걸까? -_-; 나는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