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꽃들이 곳곳에서 피어나는 계절, 봄.
봄을 알리는, 전국에서 피어나는 벚꽃들이 세상을 하얀 빛으로 물들이는데...
화사한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꽃으로 가득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봄을 만끽하다.
벚꽃은 봄을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는 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봄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는 꽃이기도 하고.
봄을 봄답게 해주는 벚꽃, 한옥과 어우러져 화사한 봄날을 선사하고 있었다.
평일, 찾아간 남산골 한옥마을.
활짝 열려진 문을 통해 들어간 곳은 조선 제27대 순종의 황후인 윤비가 열세 살에 동궁의 계비로 책봉되기 전까지 살았다고 하는 집이다. 원래의 집은 종로구 옥인동에 있었는데, 집이 너무 낡아 옮기지 못하고 건축양식 그대로를 본떠 이곳에 복원했다고 한다.
평일이라 한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한국인보다도 중국 관광객, 일본 관광객들로 꽉 찼던 한옥마을.
그 틈에서 봄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보니, 관광객들이 디카를 주며 사진을 찍어달래서 그들과 함께 봄의 정취를 느끼기도 했고.
벚꽃은 한옥의 지붕과도 만나고, 담벼락과도 살짝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과도, 나의 카메라 렌즈와도 만나고 있었고.
향기까지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꽃, 벚꽃.
바람이 불면 봄을 겨울처럼 만들어버리는 꽃, 벚꽃.
산수유와 매화가 질 때 쯤 피어나서 온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꽃, 벚꽃.
한옥마을 뒤편으로 나 있는 남산 산책로에도 벚꽃은 흐드러지게 폈다.
여자의 마음도 물론, 남자의 마음도 설레게 하는 봄, 그리고 꽃.
순종의 장인 해풍부원군 윤택영이 그의 딸이 동궁의 계비로 책봉되어 창덕궁에 들어갈 때 지은 집으로 전하는 이 가옥.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元(원)'자 모양인데 제일 윗터에 사당을 배치하고 그 아랫터에는 몸채를 두었는데.
사당앞에 피어난 진달래들이 벚꽃에 지기 싫다는 듯, 분홍빛을 뽐내고 있었고.
부마도위 박영효 가옥 한켠에 올망졸망 늘어선 장독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일광욕 중이었다.
서울 팔대가(八大家) 중의 하나로 전해지는 이 가옥은.
조선 제25대 철종의 딸인 영혜옹주의 남편 박영효가 살던 집이다.
조선말기 오위장을 지낸 김춘영이 1890년대 지은 집 안으로 들어가보다.
종로구 삼청동에 있던 것을 남산골 한옥마을에 이전, 복원하였다고 한다.
홑처마로 꾸미는 등 전체적으로 평민주택의 양식을 보이고 있지만, 안방의 뒤쪽 벽에 돌을 사용하여 화방벽을 쌓아 집의 격조를 더 높인 것이 특징적인 집이다.
소박하면서도 격조가 있는 집이랄까.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봄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견학나온 어린이들로 한옥마을은 북적대고 있었다.
그리고 도편수 이승업의 가옥까지. 기단석도 삼단에, 나름 멋을 부린 이 가옥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선말기 흥선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중건될 당시, 도편수였던 이승업이 1860년대 지은 집인데.
아이들에게 물었다.
"도편수가 뭔지 아니?"
"목수의 우두머리요"
"잘 아네. 목수가 뭔지 알아?"
"어...."
아... 도편수는 알면서 목수를 모르다니... 이런 아이러니도 있을까.
기와 저 멀리 남산 타워도 보이고.
그렇게 남산골 한옥마을의 봄은 오고 있었다.
어느덧 4월 중순을 넘어서 끝으로 가고 있고,
이 봄도 여차하는 사이에 여름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기와와 맞닿은 벚꽃, 담벼락과 인사하고 있던 벚꽃.
파란 하늘과 함께 연분홍빛 순백의 봄을 알려주고 있었던 남산골 한옥마을의 봄.
이 봄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찾아가봐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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