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우리말로 한다면? 활동사진이라 할 수 있겠다.
활동사진이란? 우리나라에 처음 영화가 들어왔을때 불려졌던 이름이다.
활동사진이 조선땅에 들어왔으니 그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1901년 횡성신문에는 이리 적혀있다.
사람들이 활동사진을 보고 신기함에 정신이 팔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참으로 묘하다고 찬탄하여 마지 않는다. 사진이란 곧 촬영한 그림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것이 배열되어 움직이는 것이 마치 사람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으니 가히 움직이는 그림이라 할만하다.
지금의 관객과 그때의 관객은 다르다. 물론 시대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때의 신기함이 아닌 다른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데...
어떤 생각으로 나는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일까?
뭔가 하나 비판할 꺼리를 찾아내느라 급급한 마음으로 보고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들고.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나라 영화 역사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 찾아갔던 영화박물관.
우리나라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다.
상암동 dmc 단지내에 있는 문화컨텐츠센터 1층에는 한국영화박물관이 있다.
제주도의 신영영화박물관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우리나라 영화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이 없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 영화는 1924년에 만들어진 "장화 홍련전"이다. 물론 "월하의 맹서"라는 주장과 "국경"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조선인의 자본과 조선인의 스태프가 제작한 영화는 "장화홍련전"이기에 최초의 조선영화라 할 수 있다. 1926년,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본 신파극을 번안하거나 고전소설을 각색한 영화들이 상당히 많았다. 알고있다시피 아리랑은 일제감정기 민족의 아픔을 그린 영화다. 아리랑 그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미치광이 주인공 영진이 바로 나라를 뺏기고 제 정신일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내용과 함께 영화에 나오는 아리랑 노래는 두고두고 감동을 주지 않나 싶다.
최초의 여배우 이월화.
이월화가 남기는 의의는 상당히 깊은 것 같다. 여자로서 스크린에 선다는 것이 힘들텐데. 하지만 지금은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는 여배우들이 많다. 세계의 영화제에서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많은 여배우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1926년 10월 1일부터 단성사에서 개봉해 5일간 상영됐던 아리랑.
연일 만원을 기록했고 1938년까지 아리랑은 경성에서 18차례나 상영됐고 지방에서는 1950년대 초까지 계속 상영됐다.
그리고 춘향전. 1935년 조선일보에 실렸던 춘향전 개봉 광고 중 하나다.
지금의 영화 광고와는 사뭇다른 느낌의 춘향전 광고.
이건 춘향전 대본이다. 지금의 시나리오와는 다른 느낌. 왠지, 공부를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의 대본.
오래된 트로피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때는 1961년, 제 1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마부"가 받은 은곰상 트로피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은곰이 아니라 까만 곰이 되어버렸지만 마부 영화가 한국 영화사에 남긴 것은 은빛보다도 더 찬란하리라.
이것은 영화 나그네. "여로" 의 한 장면.
일본 신코키네마와의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 "나그네" 영화는 일본에서 "여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이규환의 조선 농촌묘사는 특히 일본에서 더 유명했다고 한다.
용가리 개봉광고. 용가리, 참으로 친숙하다.
난 왜 심형래감독보다도 길거리에 파는 용가리빵이 생각났을까?
여기서 발하는 꼬양의 엉뚱함이란. -_-;
배가 고팠나보다. ㅠㅠ
필름 확대해서 보기. 아마, 어린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현재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의 포스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놨는데...
생소한 영화가 너무나 많았다. 나름 영화를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한없이 무너지는 내 모습이란.
컬러 영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어쩌면 이 영화박물관은 재미없을 것처럼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방에서는 만화들이 소개되고 터치스크린으로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지는지 알려주고 있다.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가 대형 조애트로프 원리를 알아 볼 수 있도록 전시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다.
또한 기획전시로 열리고 있는 대형 프락시노스코프가 있어 손으로 빙빙 돌리면 영화가 상영되는 것처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흑백영화, 우리나라 영화사가 어려움으로 다가올 어린이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_+
눈길을 끄는 또 하나, 바로 무성영화극장이다.
1900년대의 원각사극장을 재현한 곳에 들어가면 영화가 나온다. 말 그대로 무성영화. 변사 혼자서 이야기를 하는건데, 화면 옆에 변사의 자리에는 작은 책상 위에는 보니 노란 주전자와 대본이 있다. 영화제목이 무성영화인 [검사와 여선생] 인데.. 내용은? 가서 직접 보는 게 낫지 않을까? ^^;
이 주인공은 누구?
알만한 사람은 다 알듯 하다. 바로 밀양의 주인공 전도연.
얼굴을 보면 모른다. 복장으로 알아차렸다는. 이렇게 영화 주인공을 미니어쳐로 만들어놨다.
이건 배두나. 바로 괴물에서 그 복장.
참, 2층에는 영화와 영상의 원리 그리고 손상된 필름을 복원하는 것과 밀양의 디오라마(밀양의 야회 촬영현장을 재현한 것)도 전시되고 있는데. 이 디오라마를 통해서 영화를 만들 때 영화속에는 배우만 있는게 아니라 배우보다 더 많은 사람들, 스태프들이 영화를 만든 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하다.
한국영화박물관.
우리나라에 처음 영화가 들어와서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라 말하고 싶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때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에 집중하거나 또는 감독을 볼 뿐이다. 영화가 끝나서 올라오는 스태프 스크롤을 꼼꼼히 보는 자 누가 있을까?
스태프 스크롤이 올라갈 때의 그 느낌, 그 속에 내 이름이 있을때, 그 묘한 기분이란.
그 기분을 떠올리며, 다시 또 그 속에 내가 있기를 희망하며.
우리나라 영화 역사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세월이 흘러도 감동으로 남을, 그런 시나리오, 대본을 써보자는 게 내 목표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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