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오늘의 방송인이 내일의 방송인에게 - 나는 미디어다

꼬양 2010. 1. 15. 12:54

미디어.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전달하는 것. 대중매체, 매개체, 매체로 순화된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미디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리고 이 미디어의 일종인 텔레비전을 보면서 많은 소식을 접하고, 지식을 넓히기도, 웃음을 얻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매체들을 통해 꿈을 꾸기도 한다.

 

 

실제 미디어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다

10대 꿈을 찾아 나설 나이, 그리고 20대 꿈을 찾아 나서다가 잠시 멈춰있는 시기. 30대 자신의 꿈에 근접하게 왔다고 생각하지만 현실과 꿈의 차이에 고민하는 시기.

언론계에 종사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지만 취업의 문이 좁기는 매한가지다. 서점에는 많은 책들이 나와있지만 대부분 '어떻게' 취업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서점에는 PD 되는 방법, 아나운서 되는 방법 같은 책들로 넘쳐난다. 방송인이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만 정작 본질에 대해서는 고민하는 모습을 찾기 힘든 것같다.
이 책은 실제 미디어 현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미디어가 무엇인지 다루면서,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디어 현장에 먼저 발을 디딘 저자는 자신이 미디어 현장에서 꾸는 꿈과 내일을 진솔하게 풀어간다. 저자는 유명한 드라마를 연출한 PD나 유명한 아나운서는 아니지만 많은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꿈을 꾸며 현장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는 더욱 진솔하게 책 속에 담겨 있다고 느낀다. 그는 현장을 벗어났지만 현장에서 살아가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마치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선배가 들려주는 방송국 이야기

처음 방송국에서 일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구성작가로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하게 되었던 나. 너무나도 분주하고, 서로 뛰어다니고, 다른 국 사람들과 얼굴 익숙해지는 것도 힘들었던  초창기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구하나 나에게 방송국에 대해 얘기해준 적이 없었다. 다만, 나는 글이 좋았고, 방송국은 나에게 하나의 꿈이었기에 정말 무식하게 이력서를 냈고, 면접까지 보고, 방송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작가를 공개모집해서 뽑은 적은 흔치 않은 경우인데 어쩌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어쨌든 나는 그리 일을 하게 되었다. 방송국을 들어가기전, 나에게 방송국의 생리를 심도있게 얘기해줄 사람은 정말 없었다. 책으로 본 것과 여러 매체를 통해서 들은 방송국의 이야기와 실제는 너무 달랐다.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눈물을 삼키며, 울분을 삭히며 그렇게 나는 방송국에 적응을 해 나갔다.

이러한 책을 미리 봤다면 좌절은 적었으리라.

화려한 놀이보다 소소한 일상을 응원하는 라디오국, 험하고 거칠고 언제나 현장에 있길 꿈꾸는 보도국,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말, 제몸으로 돌아오는 언어의 아나운서국,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시사교양국, 즐거운 상상, 치열한 실험, 내일을 꿈꾸는 예능국, 드라마 왕국속에서 드라마 PD로 살아가는 고단함을 느끼는 드라마국.

각 국의 pd들의 진솔한 이야기, 일상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아주 짧막하게 나오는 작가의 이야기. pd가 바라보는 작가, 작가가 바라보는 pd.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사프로그램에 1년 넘게 몸담으면서 pd의 생활을 늘 곁에서 봐 왔기에 이 책은 정말 크게 다가왔다. 실제 방송국에서 내가 선배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사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 물론 이 관점이 pd와 작가가 일치를 해야 프로그램이 잘 굴러가겠지만. 아이템선정부터 고민, 투쟁이었다. 그리고 작가지만 나 역시 카메라를 들고 보통 사람을 만났고. 피디나 작가나 출퇴근 시간 그때그때 달랐다. 다만, 방송국이 좀 경직돼 있었기에 출근을 9시에 하지 않으면 눈치가 살짝 보이긴 했다. 지방방송국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여하튼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꿈이 이런 과정으로 힘들게 단련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꿈도 단련 중이다.

 

 

내일의 방송, 그 주인공은?

어제의 방송, 오늘의 방송, 내일의 방송. 그리고 내일의 방송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내가 될 수도 있겠고, 지금 이 리뷰를 보고 있는 어느 누군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 어느 누군가, 신문을 펼쳐보고 있는 어떤 이, 나처럼 블로그를 하고 있는 어떤 이 등등.

처음 경직되었던 미디어의 경계는 서서히 희미해져서 이젠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컨텐츠와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나가기도 하고, 독자가 작가가 되기도 하고 피디도 되기도 하는 마침내 방송사가 되기도 하는 개인방송 시대도 시작되었고.

패기 넘치고 열려 있고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 개인들, 젊은 조직들이 미디어판을 새롭게 짤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시청자는 더이상 기존의 전문가가 전달하는 일방적인 메시지를 듣기만 하는 수신자가 아니다. 단지 몇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는 소극적 송신자도 아니다.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채널을 기획하며, 미디어를 창업하는 개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내일의 방송은 개인의 이야기가 들끓을 것으로 저자는 예측한다. 물론 나 역시 공감한다. 1인 미디어 시대. 블로그를 하는 누구나 미디어의 주체가 되며, 노트북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이 역시 주체이다. 개인의 이야기로 미디어는 채워질 것이고,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미디어는 변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어제의 방송, 오늘의 방송 주체가 달랐듯, 내일의 방송의 주인공도 달라질 것이다.

 

그 주인공은 누가?

미래의 방송 주인공, 미래의 방송인에 내가 포함돼 있길 바라며, 방송인을 꿈꾸는 모든 이들도 포함돼 있길 바란다.

또한 내일의 방송인이라는 꿈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자신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드라마 피디의 경우를 들자면 자신에게 이야기적 감수성이 있는지, 자신에게 이야기꾼이 될 만한 재능이 있는지, 자신이 누군가에게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런 질문에 대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

 


지금 방송인을 꿈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의 미디어를 가슴속에 품어내는 것.

그 안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