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이젠 미실의 시대가 아니라 "지실"의 시대-괸당네식당

꼬양 2009. 11. 16. 11:33

실. 실자로 끝나는 말은?

선덕여왕의 미실, 솔약국집의 복실, 거짓이 아닌 사실, 이 세상을 떠난 진실, 연을 날릴 때 쓰는 실인 연실, 그리고 이와는 관계없지만 거실, 연구실 등등.

 

실로 끝나는 말은 참으로 많군요. 그리고 제 이름까지-_-; 일부러 쓰려고 한 건 아닙니다.

어쨌든. 선덕여왕에서 미실도 생을 마감했는데, 찬바람이 불면 불수록 상한가를 치는 똑같이 "실"이 들어간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지실! 

 

지실이 뭘까요? 영어로 고구마는 'sweet potato'이고 감자는 그냥 'potato'죠.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구마는 '단 감자'가 입니다.

요즘도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 또는 감저라고 부릅니다. 지실은 감자입니다.

이때드는 생각. 불쌍한 고구마, 제 이름을 언제나 찾아먹을까요?

 

분명 11월인데 찬바람은 한겨울 못지 않게 부네요. 이렇게 바람불고 추운 날이면 따뜻한 국물의 떠오릅니다.

바람 씽씽 부는 늦가을, 온도계의 수은주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올라가기도 하는 초겨울엔 따뜻하고 구수한 맛이 최고죠.

지실국수의 시대는 이미 도래한 듯 합니다.

 

 

 

텔레비전 방송도 어찌나 탔는지. 앗! 이제야 발견하는군요. 사진속 팔은 누구신지?

이런. 눈이 안좋아서 그런가봅니다.

어쨌든. 괸당네 식당은 이렇습니다. 건물이 천장이 상당히 낮습니다. 간판을 가려서 제대로 안보이지만 지붕이 초가입니다.

제주도는 바람이 세서 초가집이 지붕이 둥글고 낮습니다. 높게 지었다간 초가집 지붕이 날아가버리겠죠? 

 

 

들어갈때 눈에 띄는 문구. 제주인들만 압니다. "대맹이 맹심".

머리 조심하셔야 합니다. 안 그럼 머리에 쿵! 국수 먹으러 갔다가 원치 않는 혹까지 붙여오죠. 혹부리 영감도 아니고-_-;

 

 

엄청난 상들! 경력이 화려하십니다. 

 

 

제주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것. 좁쌀막걸리.

맛있죠. 좁쌀의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 입에 착착 붙는 좁쌀 막걸리.

나중에 한 잔 합니다. 딱 한잔!

 

 

수많은 명함이 붙어있는데. 이곳은 어디?

 

 

천장입니다. 명함을 이용해 벽지를 만드시다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많은 사람들이 여길 다녀갔다는 것이니...

맛집은 맛집이죠.

 

 

소박한 반찬입니다. 고사리를 비롯, 호박무침, 멸치, 무장아찌까지.

 

 

 

 

이건 흑돼지 불고기예요~ 이제 불판에 올려지길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건 꿩고기!

 

 

판에 올려놓고. 두 개다. 일단 두개 모두 올려놓고 익히기로 해봅니다.

 

 

그전에 나오는 빈대떡. 제주도에도 메밀이 많이 나는 편입니다. 제주도 곳곳에는 메밀밭들이 펼쳐져있구요.

강원도 봉평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메밀꽃 필무렵이면 제주도 메밀꽃으로 하얗게 장관을 이룹니다. 마치 소금을 톡톡 뿌려놓은 듯이 말이죠.

 

 

메밀로 만든 빈대떡입니다. 좁쌀 막걸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빈대떡.

아, 그러고보니 막걸리 사진이 없네요. 이건 좀 더 찾아보고 보충하겠습니다. 분명 편집했는데, 올리려니 사라져있네요.-_-;

술이 저를 싫어하나봅니다.

 

 

불고기는 빠알갛게 익어갑니다.

 

 

 

파을 올려놓고... 두루두루 잘 섞습니다. 아, 여기서 꿩고기의 행방을 찾고 계시겠죠? 불고기와 섞었습니다. 불고기 양념을 입은 꿩고기.

맛있습니다. 그리고 흑돼지 불고기 맛은 어떨까요? 돼지 불고기와는 좀 다른, 일반 백돼지는 지방질이 좀 많은 편이라 느끼한데,

흑돼지는 지방이 백돼지보다는 덜합니다. 그리고 불고기 양념이 무엇보다도 맛있습니다. 싱싱한 야채도 가득가득 주기에, 상추에 싸서 한입가득 입에 넣으면 그 맛은...?

 

 

불고기를 먹다보면 식사를 뭘 해야할까 고민도 하게 되죠. 이때 등장하는 미실이 아닌 지실.

지실국수예요.

 

꿩고기를 푹 고아 만든 육수를 사용해 맛의 구수함이 일품이죠. 육수에다 꿩고기를 찢어 넣은 다음, 신선한 돌감자와 햇감자를 사용해 밀가루를 혼합한 면을 삶아 넣는다고 합니다. 꿩고기는 뼈째 자근자근 두들겨서 푹 삶는다고 하는데요. 국수에는 주로 다리살을 찢어 놓습니다.

지실국수면에는 쑥과 지실(감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쑥 향기가 향긋하게 납니다. 겨울에 느끼는 쑥. 그리고 감자의 구수함까지.

 

 

 

쑥을 넣어서 면은 초록색입니다. 국물에는 달걀과 참기름, 마늘, 파, 당근이 들어가지요. 고추가루와 깨가 동동 떠 있는 국물~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지실국수의 맛. 이 지실 국수의 맛을 정말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국수 면과 불고기를 함께 집어서 한입에 쏙!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불고기와 지실, 이리 잘 어울릴줄은 여태 몰랐었죠.

지실은 그냥 이때까지 삶아먹거나, 또는 반찬으로 먹어봤으니 말입니다.

 

 

여기. 사장님이십니다.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를 구사해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시죠.

같이 간 일행들을 위해 실시간 통역이 필요할 줄 알았으나... 실시간 통역은 필요 없었습니다. 이때 꼬양의 존재는 묻혀버리고 말죠.

다만 같은 테이블에서는 실시간 통역을 맡았어요.ㅎㅎㅎ -_-;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 이것저것 강의를 해주셨죠. 하지만, 다들... 먹느라 정신 없습니다.

 

 

가게 곳곳에는 제주도 사투리로 만든 표어가 눈에 띕니다. 2002년 6월... 이게 몇년전인지.....

 

 

 

가게 구석구석을 누벼보면서 사투리를 알아보는 시간을 또 가져보죠. 제주어, 이렇게 재밌습니다. 식당에서는 제주어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식사를 끝내고 나옵니다. 제주어로 인사를 하는 이 곳.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때 제가 또 드리고 싶은 말 "또시 옵써양"-> 또 오세요. ㅎㅎㅎ

 

 

식사를 하고 나가시는 어르신이 제 사진에 쏙 들어오셨군요.ㅎㅎ

창에 비친 제 모습. 아하.ㅋ 다행하게도 얼굴은 없고 팔만.

 

제 이름을 못찾아서 슬픈 지실. 아니 감자.

미실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제 지실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군요.

(사실, 제 시대가 올 줄 알았습니다. 미실의 시대는 가고, 연실의 시대는 열릴 줄 알았는데, 지실에게 양보를... -_-;)

추운 겨울날, 따뜻한 지실국수와 지글지글 불고기의 만남.

 

먹기 위해서는 이 성읍민속마을로 가는 모험을 해야하지만

먼길을 가서라도 입이 즐겁다면 괜찮잖아요...?

그리고 간 김에 민속마을 구경까지.

 

입안에 가득한 쑥향기, 그리고 고소한 지실.

지실국수가 자꾸 저를 부르는군요.

(먹으러 오라고가 아니라, 친구하자고....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