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1997년 개봉된 영화 <변검>(The King Of Masks)을 통해 더 잘 알려진 변검.
실제 영화처럼 변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합니다.
변검. 중국 쓰촨성에서 더 유명한 곳입니다. 쓰촨성, 사천성으로 알려져있죠. 이 사천성은 지리적으로 폐쇄적인 곳입니다. 쓰촨은 주변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곳이죠. 쓰촨성 지진으로 알려지고, 그리고 최근엔 호우시절 촬영 장소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네요.
당대 시성 이백은 시 '촉도난'(蜀道難)에서 "아, 아찔하게 높고 험하구나. 촉 가는 길은 험하고 하늘 오르기만큼 힘들다"(噫吁戱 危乎高哉, 蜀道之難 難于上靑天)라고 읊을 정도였으니 말 다 한거겠죠? 중국 주류 문화와 교류가 적다 보니 쓰촨은 자신만의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습니다.
천극은 이런 쓰촨의 지역적 토양 위에 태동하고 발전해 온 전통연희죠.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극, 곤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노래 및 연기뿐만 아니라 기예, 묘기 등 볼거리가 풍부하단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내용도 쓰촨 지역의 전설과 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이처럼 천극은 서민적이고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죠.
갑자기 천극이 나온 이유는 변검이 19세기 말 저명한 천극 예술인 캉쯔린이 천극 <귀정루>에서 탈 3장을 바꾸는 삼변화신을 선보이면서 세상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변검의 기술은 1980년대 초 획기적으로 진보했습니다.
쓰촨성천극단을 대표하는 예술인인 류중이가 홍콩 공연 중 4장의 탈을 바꾸면서 삼변화신의 틀을 처음으로 깨뜨린 것이죠.
변검이 천극의 일부분에서 독자적인 공연 양식으로 발돋움한 것은 수많은 쓰촨 예술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천극을 뛰어넘어 쓰촨의 대표적인 전통연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변검사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쓰촨성에서 볼 수 있는 전통예술기예 변검을 제주도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여기가 중국인지 제주도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맨앞에서 끙끙대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중국 쓰촨의 전통기예 한번 보실까요?
공연은 총 5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공연은 시작되는데요, 맨 처음 공연은 삼국지 도원결의.
이래서 삼국지 랜드인가봅니다.
장비, 유비, 관우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세 사람의 도원결의 모습을 짧은 시간에 예술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여성 무희의 동작이 참으로 곱더군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변복. 말 그대로 옷이 변하는 공연입니다. 변검만 알고 있었는데 변복을 보니 참 신기했어요~
변검 못지 않은 신비한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는....
이런 막이 쳐지고... 배우는 옷이 바뀌기 전 세개의 색 중 하나 앞에 가서 잠시 섰다가 옷을 바꾸곤합니다.
가면과 함께 옷이 순식간에 바뀌는데요 옷이 바뀔때마다 관객은 환호성을 지르죠~
저도 그 중 한명이네요.ㅎ
쨔잔~ 변복 공연 끝~ 맨 마지막에는 얼굴을 드러냅니다. 여성분이셨군요. 짝짝짝~ 멋졌습니다.
2부 공연은 끝나고 3부 공연 시작됩니다. 3부 공연은 중국 전통기예와 전혀~ 상관없는....비도입니다.
칼을 날려서 꽂는~! 서커스에서 많이 나오는 공연이죠.
이 공연이 왜 구성이 됐는지 아이러니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공연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익살스런 광대의 모습. 웃음소리가 공연장에서는 가득가득하구요.
4부 공연은 쓰촨성의 전통기예 중 하나. 차예 입니다.
쓰촨성의 차관, 즉 차를 파는 곳에는 사람이 늘 붐벼서 차 따르기조차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긴 주전자로 꼭지로 손님에게 차를 따라야 했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기예가 차예입니다.
차예 공연을 구경하셨구요.
마지막 하이라이트.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거였죠. 목적은 변검이었습니다.
변검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요?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변검.
5부 변검 공연은 시작됩니다.
변검 공연이 이뤄지기전 예쁜 언니들이 탈이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와 흥을 돋우죠~
쓰촨성에서도 이렇게 공연을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토화, 불쑈가 있습니다.
보통 변검은 한 명의 여성 변검사와 세 명의 남성 변검사가 한 팀을 이룹니다.
변검 공연 전, 무시무시한 탈과 화려한 의상을 갖춘 남성 변검사가 불쇼를 벌이죠.
난데없는 토화(吐火)로 관객의 열기는 달아오릅니다. 그리고 이 토화가 끝나면 바로 변검이 시작되구요.
먼저 여성 변검사가 나서 쿵후를 연상시키는 호쾌한 춤사위 속에 탈을 벗어나가는데요.
한 장, 두 장, 세 장…. 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어갑니다.
본래 여성에게는 기예를 전수하지 않았던 것이 변검입니다.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변검>에서는 주인공 여자아이가 떠돌이 변검왕과 함께 지내기 위해 남자아이인 양 행동하면서 변검을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여자에게 전수하지 않고 외지인에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변검의 전승 철칙은 이미 깨진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채는 탈을 벗기는 동작에서 비밀을 감춰주는 중요한 도구라고 하죠. 기예단 단장님 등장입니다.
이분 변검 동작이 가장 화려하고, 볼만합니다.
무대 밑, 관중석까지 내려와서 변검 기술을 선보입니다. 관객들의 환호소리는 더 커져가고, 흥은 무르익습니다.
나중에 맨 얼굴을 드러내는데, 가면을 가까이서 보니 거의 얇은 천과 같더군요.
비밀이 어떤건지 알수가 없으나 정말 신기했던 공연이었는데요.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은... 쓰촨성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기예를 여기 제주에서도 볼 수 있으니 참 좋은데...
문득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하는 생각입니다.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 제주입니다. 그들에게 제주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참 의문스럽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대륙 어딘가에서 찾아오는 중국인들 역시 자신들의 전통기예를 볼 수 있어서 좋겠지만, 이게 과연 제주다운 건 아니라는 거겠죠.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도 매한가지일거라 생각됩니다. 제주도와 변검. 어쩌면 이곳이 중국이라는 오해를 심어줄 여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주에 대해 잘 알고 오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말입니다.
여러 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 관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 지 이건 짚고 넘어가봐야할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소유한 섬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세계자연유산 지정이후 입도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는 건 통계로도 나와있구요.
국내 관광객을 비롯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주도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져야 할까요? 제주다운 것이란 무엇일까요?
제주관광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했던 변검공연.
제주도에서 편하게 중국 기예를 보니 좋기도 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걱정이 되기도 했던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참, 위의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동의하셔도 되고 안하셔도 됩니다. 재미있고 좋았단 분도 계시니까요.
제 생각에 대해 반대 의견도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일방적인 공격, 이유없는 비방은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www.jejutk.com/ <- 삼국지랜드 홈페이지입니다. 가시면 공연할인 쿠폰이 있으니 가시게 된다면 할인 받으시구요^^
(할인 못받으면 억울하잖아요~ 1인당 12000원인걸요-_-;)
공연 관련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보시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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