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충청도

불편, 욕심, 미워하는 마음까지 내려놓았던 보탑사.

꼬양 2009. 9. 20. 11:23
파란 가을하늘. 코스모스도 바람따라 하늘하늘. 하늘은 이리 푸르고 맑은데 마음은 왜 이리 뿌옇게 구름이 끼는지....
이럴 때 종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무언가에 의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해보는거죠.
저는 종교는 없으나, 절에 가끔 가긴 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가끔 찾는거죠. 조용하고 엄숙한, 평화롭기도 한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 다짐도 해보곤 합니다.
 
이번은 충북 진천읍 연곡리 비립동 만뢰산 남쪽에 자리한 보탑사를 찾았습니다..
 

 

가을분위기를 한껏 머금은 보탑사의 모습입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유난히 하늘거렸던 그 날.

 

 보탑사 전경입니다.

 

우리나라의 목탑형 건물로는 쌍봉사와 법주사 팔상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구조이죠.

그러나 보탑사 목탑불전은 사람이 올라갈 수 있게 지어졌습니다. 신영훈 씨가 지었다고 하죠. 목수로서 역사서에 나오는 신라의 황룡사 구층탑을 재현해 보고자 하는 의지로 이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 1층의 사방불. 석가여래,비로자나불,약사여래, 아미타여래.

 

이 목탑의 높이는 42.7m이구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사방불이 있습니다.

 

사방불을 모신이유는? 부처님의 뜻이 사방으로 퍼지길 바라며...

 

△ 사방불 앞에 놓인 이 수박들.

이 수박에도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 수박은 사월 초파일, 즉 부처님 오신날에 사방불 앞에 이리 둔 후에, 동짓날에 먹는다고 합니다.

물이 많은 이 수박이 신기하게도 그 오랜 시간동안에도 썩지 않는다고 하네요~

동짓날에 수박을 먹으러 와봐야겠단 생각을 하는 꼬양. 무엇보다도 정말 썩지 않는지가 궁금했던거죠-_-;

 

△ 주지스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세상엔 둥근 게 참 많이 있습니다. 연꽃, 연잎도 둥글둥글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둥근 건... 우리들 마음이라고 하네요.. ^^

불편한 마음, 욕심,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등은 3층에서 내려놓고 오라는 말씀이 무엇보다도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과 관련된 말씀도 하셨죠.

되는일 하나 없던 사람이 고민상담차 부처님을 찾았다고 합니다.

하도 일이 꼬이고 안되니까 방법 좀 가르쳐달라구요.

부처님께서는

"베풀지 않았기에 힘든 것이니 많이 베풀라"

이리 말씀하시자.

그 사람은

"가진 게 없는 데 어찌 베풀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듣던.. 부처님 조용히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당신은...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습니까? 좋은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린 참 가진 게 많은 것이었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봐주는 눈빛, 따뜻한 시선의 눈길, 희망을 주는 눈빛.

돈으로 베풀 수 없는 능력이 없다해도 눈길만으로 베풀 수 있는 건 참 많은거였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주지스님의 말씀을 들은 후, 3층으로 향했습니다. 3층에 올라가서 마음을 비우고자 했거든요^^

 

 

 주지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모습입니다.

 

 

 

 

2층에는 가운데에 윤장대가 있구요 그 안에는 대장경을 봉안했습니다.

윤장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경서와 석경이 비치돼있습니다.

 

 

 

 

삼층은 남향한 미륵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밖을 내려다봅니다. 절 경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탑사의 목탑은 불전양식의 신기원으로 평가되고 있죠.

전통불사에 충실하여 오로지 목재로만 결구된 중층식 건물은 가로로 퍼진 대웅전식 불전에는 없는 장엄함과 웅장함 속에 함유된 경건함을 덤으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이색적이구요.

단청이며 기왓장의 색깔, 하늘을 찌르고 있는 보주의 형상도 하늘에 닿고 땅에 이르는 목탑의 외형적 완성도를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난간에 올라서지 말아야하는데.. 난간으로 나가 절 주변을 비잉 둘러봅니다.

 

 

 둥글둥글한 연꽃. 제 마음도 더 둥글어지길 빌어봅니다.

 

 

△ 산신각

야생화와, 나무계단 정원석이 어우러져 잘 꾸며진 정원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죠.

보통 산신각은 절 뒤쪽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곳인데요.

보탑사의 산신각은 오르는 계단과 전통 통나무 건축양식으로 지은 전각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와상까지...
 

 

 

 참!  그리고 보탑사에 오셨다면 보물도 하나 보고가셔야합니다.

 

△ 진천 연곡리 석비, 보물 404호

 

이 비에는 글씨가 쓰여지지 않았으며, 또한 비의 주인공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인데요.

처음부터 비문을 새기지 않은 것인지 지워버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합니다.

비머리에도 네모진 비의 이름을 쓰는 자리만 마련되어 있을 뿐 글씨는 없구요.

받침부분은 비몸돌과 머리부분을 지탱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으로 거북머리의 모양을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말(馬)의 머리에 더 가깝습니다.

비의 윗부분에는 아홉 마리의 용을 새겼습니다.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고 조각기법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조형양식과 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의 석비로 추정된다네요~

 

 

 거북이 발톱을 꼭 보고 가셔야하죠.

 

 

 

그리고 이 보탑사에서 찍은 꽃들을 모아봤습니다. 스님들이 손수 가꾼 꽃들입니다.

꽃을 좋아하지만, 꽃병에 담긴 꽃보다,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꽃보다도 이렇게 자연에서 피어나는 꽃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고요한 절의 분위기보다도 소담스럽게 핀 꽃들로 인해 더 기분이 좋았던.

 

파란하늘이 유난히 돋보였던,

코스모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가을 날 찾아갔던 보탑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