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귀신 나올것 같았던 골목, 그림 옷을 입다!-두맹이골목

꼬양 2009. 6. 23. 02:01

제주시 중앙병원, 동초등학교 맞은편 뒷 골목을 걸어보신 적이 있나요?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무섭다고, 귀신나온다고 밤 늦게 걸어다니지도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이 길은 흉가가 있었고, 낙후되어 걷기가 싫었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골목길이 변신을 했습니다.

두맹이 골목, 같이 걸어가보실까요?

 

 반갑게 맞아주는 이곳은?

네~ 쉼팡입니다.

쉼팡이 뭐냐구요?

두맹이 골목 쉼팡에 가면 만화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쉼팡 얘기는 조금 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에는 차들이 일렬로 쭈욱 늘어서 있고 담벼락마다 뭔가 막 그려져있습니다.

 

 벽마다 이렇게 나뭇잎, 꽃, 나비등이 그려져있습니다.

 

 전신주도 예외가 아니죠.

전신주에 담쟁이 덩굴이 자라다간 큰일납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대신 그림으로나마 덩굴을...?ㅋ

 

 화장실 담도 예외는 아니지요.

 

 흐음. 화장실 옆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기대 있는 너...

혹시 쉬야를? 이불에??

 

 잔뜩 심통난 표정의 우리 어린이. 정말 전신주 옆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림 실력이 너무 좋으시군요!!!

 

 참! 두맹이 골목 소개가 늦었네요.

왜 두맹이 골목이라고 할까요?

나름 사연이 있지요.

두맹이는 돌이 많아 붙은 두무니머들이 와음된 것입니다.

본래 불모지였는데, 마을이 생겨 모슬이라 불렸고 후에 두문동으로 변천됐죠.

이곳에 사람이 산지는 10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주성 밖에 위치해 있어서 별로 살지 않았다고 해요.

대부분 제주성의 안에 (줄여서 성안이라고 합니다.) 살았었죠.

현재 이곳은 일도2동입니다.

 

60년대 항공사진으로 봐도 동네 분포범위는 두문동이 아니라 구중동까지였다고 하죠.

본격적으로 두문동까지 마을이 번성하게 된 것은 1970년대라고 하네요.

 

 골목길을 쭉쭉 내려가볼까요?

 

 책 읽고 있는 어린이들.

공부하는 거 아닙니다.

어린이들 머리위를 보시면 아시겠죠?

만화를 보고 있습니다-_-;

 

 

 말뚝박기 하는 어린이의 모습.

어린 시설, 저러고 많이 놀았지요.

문득 어릴때가 생각났어요.

 

 담에서 정말 나비와 꽃이 나올것 같았어요.

아기자기한 느낌.

 

 줄넘기도.

여긴 줄넘기 하는 장소였나봅니다.

골목 나름마다 사연이 있으니까요.

 

 

 

여기엔 강아지가 주로 있었나봐요.

주인을 기다리는 걸까요?

우리집 멍멍이, 곰돌이가 그립습니다.ㅠㅠ

제가 서울로 와 있는 사이에 그 큰 개를 도둑맞았다지요. ㅠㅠ

 

여긴 딱지치기 장소!

 

좀 더 걸어볼까요?

 

한두명이 아닌 편먹고 말뚝박기를 합니다.

오호라~

 

 

 

 

 차례대로 줄지어서 인사하는 어린이들.

니네 좀 무섭다.-_-;

껌 좀 씹었니??

 

 

 

 

 

 

 창문을 열고 정말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모습.

 

 자... 약간 먼길을 돌아 쉼팡으로 왔습니다.

만화 주인공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죠.ㅋ

 

 조조가 거만하게 말하고 있네요.

그래 맞아. 여긴 쉬는 곳. 쉼팡이야~ 나도 안다규.-_-;

 

 아톰, 둘리, 검정고무신의 주인공들, 캔디, 하니 등등. 다 있네요~

 

 "요디가 쉼팡마씀" 이게 무슨 말일까요?

요디 = 여기

쉼팡 =쉬는 곳. 쉬는 공간. 휴게실 그런 의미.

마씀=입니다.

 

즉, 여기가 쉬는 곳입니다. 이런 뜻입니다^^

 

사랑스런 앤이 턱을 괴고 바라보고 있네요~

빨강머리 앤. 어릴적 정말 두근두근 하며 봤는데...

길버트는 어디 있는게냐... ㅠㅠ 다이애나는... 흑...

 

 캔디~ 너무 해맑게 웃는 걸.ㅋㅋㅋ

 

어랏. 아톰~

그래. 여긴 두맹이골이라고~~

 

참 역설적이게도...

이 쉼팡은 고양이 소굴, 귀신 나오는 곳이라고 소문났던 폐가가 있던 곳입니다.

정말 흉흉했던 곳이지요.

집 주인이 캐나다에 있어서 집 관리를 못했고

시에서 몇년간 계속 접촉을 한 끝에 5년동안 무상으로 임대해 공원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맹이 골목을 뒤로하며 발길을 옮깁니다.

 

다시 또 오게 되겠지요.

 

폐 초가가 있던 자리, 을씨년스러웠던 곳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공원이 생길줄이야...

 

그림은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생화는 없었지만 꽃과 나비그림을 통해 향기를 느꼈고,

벽화속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어릴적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어릴 적 살던 곳엔 펜션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데...

펜션들이 들어서기 전,

깜장 돌담이 쭉 늘어선 올래길이 있었던

그 곳이 마냥 그리워집니다.

 

 

여튼. 40년간 방치돼온 골목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다니...

평범한 마을길이지만 벽화속 어린이 들이 있는 그 길을 또 걷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