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제주가 고향이라서 자주 찾지만,
사실 제주도는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맑은 공기,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까지...
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문화적인 부분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에서 보던 전시회, 연극의 퀄리티를 그대로 가진
전시들을 볼 수가 없는 것이죠.
물론 제주 자체가 가진 게 예술인데,
굳이 그걸 또 보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래 지내다보면, 그 답답함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됩니다.
제주도에 도립미술관, 현대미술관도 있지만,
뭔가 모자란 느낌이 계속해서 있었거든요.
그 문화적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제주도에 생겼더랬죠.
제주도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었던 탑동 시네마 건물이 미술관으로 태어났어요.
사실 이 건물은 2005년에 폐관한 이후로
거의 방치상태로 거의 10년간 흉물로 있었는데,
멋진 미술관으로 태어나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뮤지엄이지만,
한 때 이 건물은 영화관으로 번성기를 누렸었죠.
제가 대학생일때만해도, 영화보러 정말 많이 갔었습니다.
고등학교때도 마찬가지였구요.
물론 그때는 영화관 1층의 햄버거 가게에 햄버거를 먹으러 맨날 학교에서 걸어왔지만요 ㅎㅎ
(학교와 탑동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답니다 ㅎㅎ)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 공간에서 이렇게 미술작품들을 보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건물을 부수지 않고, 기존의 상징성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아라리오 뮤지엄.
사실 개관전은 작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진작에 봤지만,
제가 좀 늦게 이 포스팅을 하는군요;;ㅎㅎ
제가 본 전시는 '바이 데스티니'
아라리오 뮤지엄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의 개관전입니다.
한 개인과 예술작품의 운명적인 만남은
현재의 아라리오 컬렉션을 이루게 되었고,
서울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이어서
제주시 탑동, 동문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던 건물들이
현대미술 작품들과 어우러졌다는 것.
이것은 운명이 사람에게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공간에도 존재함을 말해준다는 것이죠.
이렇게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일까요.
이 건물은 흉물, 골치덩이라는 별명을 갖고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10여년전 계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과 연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영화관이었는데,
지금은 조용하고, 한산한,
미술공간이 되었습니다.
아라리오 탑동뮤지엄은 기존 공간을 보존하면서
작은 구석공간까지 활용했더군요.
또한 개관전이라 그런지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국내외 현대 미술품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미술관은 사진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지하에서 5층까지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5층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전시를 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참, 5층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미술작품 관람후에 차 한잔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 지그마르 폴게의 작품들
5층에는 독일현대미술계의 거장인 지그마르 폴케의 작품 3점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적 실험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는데요.
'연화경', '코히너', '무제' 이렇게 작품 3개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4층으로 내려갈때는 계단을 이용했는데요,
계단에서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시퍼런 제주바다와 탑동해변공연장 ㅎ
탑동광장과 해변공연장 모두 추억이 서린 곳이죠.
저의 10대의 전부와 20대의 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었죠.
여름이면 탑동에서 바닷바람 맞으면서 친구들과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탔고...
고등학교때 저 공연장에서 합창공연도 했었고..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뿐만 아니라 제주도 사람이라면
이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곳에 정말 많은 추억과 기억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탑동 공영주차장도 보이고, 사라봉도 보이네요 ㅎ
▲ 영웅 No.2
중국작가 장환의 작품 역시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장환은 중국의 다양한 소재를 차용한 설치작품과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전시실을 압도하는 '영웅 No.2' 작품은
거대한 인체형상의 작품인데요.
주재료인 소가죽은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재료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는 이 전시를 엄마와 함께 관람했는데,
'이건 고생해서 완전히 망가진 영웅인데?' 라며 엄마는 말씀하시더군요.
엄마가 정확하게 보신 것 같아요.
현대의 영웅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영웅을 기다리지만,
영웅은 나타나질 못하죠.
나선다해도, 이런 결과가 나타날 것은 뻔하니까요.
▲ 윤두서, 강형구 작
4층 전시실에서 발견한 윤두서 초상화.
조선후기 화가 윤두서의 자화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주관이 입혀진 자화상,
전통적 방식과 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어요.
▲ 브이, 리후이
거울에 반사되는 붉은 빛의 레이저와 인공안개의 묘한 분위기.
낯설고 묘한 느낌에 매료되었어요.
리후이는 직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작품을 주로 한다고 하는군요.
▲ 씨킴의 작품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작품으로 태어났어요.
씨킴은 바다에 버려진 사물들을 되살려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어머, 이것은!
그래요, 맞습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입니다.
팝 아트의 대가인 앤디 워홀의 작품이 제주도에 내려왔네요~
앤디 워홀은 일상적인 사물들이나 유명인사의 모습을 소재로 삼아
현대 소비사회와 매스미디어의 특성을 말하고자 했죠.
이 작품은 마릴린 먼로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스틸 사진 한 컷을
열 점의 초상화로 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보면 참 작은 배같죠?
하지만 두 개의 층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작품이랍니다.
▲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수보드 굽타
다소 철학적인 제목의 수보드 굽타의 작품.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을, 바다는 알지 못하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보드 굽타는 인도의 작가입니다.
작가는 인도를 상징하는 도상이나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들을 이용해
변화하는 인도 사회문제들을 지적해왔습니다.
배에는 의자, 침대, 자전거, 주전자 등이 실려있는데,
물건들은 각종 집기들을 배 위에 싣고
이주하는 인류를 상징한다고 하는군요.
공중에 비스듬히 줄에 의지해 떠 있는 배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합니다.
정말 긴장감 최고의 작품이었는데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네요ㅎㅎ
탑동시네마와 바이크샵 2개의 미술관을 둘러보는 입장료는
성인 12,000원,
제주도민은 50% 할인받아 6,000원에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제주도에 이런 문화공간이 생겨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주도민 50% 할인이라는 혜택도 마음에 들었구요 ㅎ
좀 어려운 게 현대미술이긴 하지만, 두려움을 갖지 말고
내가 보는대로, 느끼고 생각하는대로 예술을 즐기면 괜찮을 것 같아요.
바다가 보이는 경치좋은 극장이었던 탑동시네마,
폐관이후로 완전히 사라지는 듯 했지만,
미술관으로 새로이 태어나서 참 다행입니다.
이곳에서의 추억은 미술관이 있는 한, 계속 살아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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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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