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2010 경상남도

가장 섬진강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평사리 공원

꼬양 2010. 4. 5. 09:30

모래내 또는 다사강, 두치당으로 불리어 왔던 섬진강.

고려우왕 11년에 왜구가 경남 하동쪽에서 강을 건너 광양쪽으로 침입하려 하자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다압면 섬진나루터로 떼를 지어 몰려와 울부짖자 왜구들이 놀라 도망쳤다고 해서 “두꺼비 섬(蟾)”자를 따서 섬진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섬진강.

제주도의 마른 하천, 건천에 익숙한 나는 강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두곤 한다.

하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부터는 바다뿐만 아니라 강에 대해서도 애정을 점점 갖게 되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말없이 고요히 흐르는 강을 보고 있노라면...

바다와 다른 뭔가 다른 느낌의 엄숙함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물안개가 피고 벚꽃이 필 무렵에 찾으면 한없이 예쁘다는, 가장 섬진강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찾은 곳이 바로 평사리 공원이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 강변 공원. 섬진강의 수려한 풍광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 드라이브 코스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고 할까나.

인근에 조선시대에 축성한 고소성과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최참판댁이 있고, 화개장터와 쌍계사, 매화마을 등도 가까운 위치다.

 

 장승들이 나를 반겨준다.

 

 

 

 바다의 모래사장을 떠올리게 하는 강변.

 

 

 

 

 모래위를 걷기 시작했다. 바다의 모래와는 좀 다른 느낌이랄까... 이곳을 찾은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오기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게 하는 일이 있었다.

너무 속이 상해서... 흐르는 강물이 내 눈물인 것만 같았던...

 

 

강은 말이 없었다. 내가 말이 없듯.

 

 

날씨가 맑았으면 어쩌면 정말 섬진강의 진 모습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흐리면 흐린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그때의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강은 다양한 모습을 하기에.

흐린 날의 섬진강 역시 운치가 있었다.

 

 

섬진강의 모래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산책을 하기도 하고...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혼자 노는 꼬마아이.

 

 

 

 누군가 쌓아올린 모래성.

 

 

 

카메라 포커스가 어긋났다. 하지만 이런 사진도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기에 삭제하지 않았다.

뿌연 것이 이때 내 마음 같아서...

 

 

 

 모래사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공기. 누가 두고 갔는지 모르는...

 

 이 곳은 영화 피아골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정말 생소한 영화였다.

1955년에 촬영했다고 하니... 까마득하다.

영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니 좋았다. 이 영화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사실, 이 안내문을 보고 검색해봤다. 정말 이 영화가 궁금해서 말이다.

 

 

 

공원 잔디밭 위에는 섬진강 위를 떠다녔을 나룻배가 자리하고 있고.

사람들의 떠들썩한 이야기와 추억을 잔뜩 품고 있을 것만 같은 나룻배인데...

 

 

그리고 이 공원에서는 하동 토지길이 시작된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80리 길을 잇는 ‘하동 토지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추진한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역사 자원을 특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 탐방객들이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걷기 중심의 길을 조성한 것이다.
‘하동 토지길’은 2개의 코스로 이루어진다. 소설 「토지」의 무대가 펼쳐지는 곳곳을 따라 문화 체험을 하는 1코스와 ‘눈 속에 꽃이 핀 고장’ 화개길을 걷는 2코스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바로 이곳,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지는 평사리 공원에서부터 시작된다.

 

 

흐린 날, 가장 섬진강다운 풍경을 보고온 것만 같다.

비록 꽃이 날 반기진 않았지만, 아니 꽃보다도 먼저 내가 섬진강을 찾았기에.

다음에 섬진강을 찾았을 때, 그때에는 꽃을 비롯해 하늘까지 나를 반겨줬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바다도 말이 없지만 강도 말이 없다.

역사를 안고, 사연을 안고,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강은 유유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