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여행]
갑자기 쌩뚱맞게 등장한 화순여행기.
오늘은 포근한 마음과 정이 느껴졌던 모산리 마을회관에서의 점심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다른 여행기에 비해 아주 작은 사진과 작은 글이지만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따뜻한 마음과 정이 느껴져서 참 행복하다.
말 그대로 어르신들 밥상에 수저 하나 얹었을 뿐...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면서
"좋구나"를 연발하며 걷는 것도 잠시.
맑은 공기에 너무 취해있었는지, 꼬양은 길을 잘못 들고 만다.
술이 취한 것도 아니고 시골 정취에 취하다니...
정말 제주도에 계신 엄마, 아빠가 이글을 본다면 박장대소 하실 일.
(꼬양은 어렸을 때부터 모험심이 강해 제주도를 구석구석 돌아다녔지만, 길을 잃은 적이 없었음 ㅜㅜ
일본여행중에서도 버스를 잘못 탄적은 있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는데, 대한민국 전라도 땅에서 어찌 이런일이...)
저 멀리 트랙터가 오는구나~
사람 하나 없는 길이라서 트랙터 조차 반가웠다.
아.. 근데 너무나도 조용한 길.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었다.
▲ 꼬양의 경로
지도에 나왔다시피... 5km 이상의 고인돌군을 왕복했다.
걷고나니 시장기가 엄청 동했음은 물론...
다리의 힘이 풀려서 기운이 쫙 빠진 상황.
내 여행수첩에는 보리밥을 적어놨기에, 도곡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보리밥 집으로 향하려 했다.
그리고 그 맛있다고 소문난 보리밥집에 대해서는 문화해설사 선생님들에게 이미 검증을 받았고.
이제 먹을 보리밥 정식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픈 꼬양은 발걸음도 가벼이 사뿐사뿐 걷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삼거리.
바로 여기 삼거리. 이 이정표 오른쪽으로 길이 작게 있다.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길.
꼬양이 버스에서 내린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길이 그 삼거리가 아니었다!
고인돌로와 모산리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아니라 지석로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했어야 했는데!
꼬양은 고인돌로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모산리로 들어서게 되었다.
직진을 해야 보리밥을 먹으러 갈 수 있는데...
보리밥과는 인연이 없는 꼬양인가.
돌담길이 너무나도 예뻐서 사진을 찍으면서 걷는데...
태극기가 보였다. (이당시만 해도 길을 잘못든 걸 몰랐음)
그래서 "아, 면사무소구나" 라 싶었는데...
마을회관이었다.
마을회관도 태극기를 단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상황.
"여기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이제 깨달음.
이 마을은 하루에 버스 4대만 다니기에 관광객이 먹을 식당은 없다.
큰 도로 (822번 도로)로 나가야 음식점 몇군데를 찾을 수 있는데 정말 좌절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지도를 펼쳐보아도 지도상의 건물들이 안보인다.
▲ 기와집이 많은 모산리
하루에 버스가 4번 다니는 마을에 젊은 처자가 나타나니 할머니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당황해서 두리번두리번 하는 모습을 보자,
"어디 찾아왔어, 아가씨?"
"아.. 식당을 찾는데요. 여기가 도곡리가 아니죠?"
"여기는 모산리야~ 들어와서 밥 먹고가~ 날씨 추운데 얼른 와"
그리하여 할머니들 손에 이끌려 들어가게 된 마을회관이었다.
△ 미나리 송송 올라간 꽃게탕
어르신들의 밥상은 소탈했다.
얼큰한 탕에 몇 가지 반찬.
시장이 반찬이라 하지만, 너무나도 맛있게 잘 먹었던 꽃게탕이었다.
마치 엄마표 꽃게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에 밥 한공기.
사 먹는 어떤 밥보다도 맛있었던 한 상.
마치 손녀가 온 것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챙겨주셨기에...
그 마음이 아마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이 넘쳐나고, 훈훈한 상차림에 어느 누구든지 맛있게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생각했던 보리밥은 먹지 못했지만
아마 그 보리밥보다도 이 한 상이 더 맛있을거라 난 믿는다.
시큼한 김치와 함께.
그리고 어르신들은 화순표 막걸리도 한잔 하셨다.
나에게도 한 잔 권하셨지만, 그냥 잔만 받았다.
길을 잘못 들어서 여기를 왔는데, 또다시 술 때문에 헤매서는 안되니까.
술을 못하는 나지만, 막걸리 한 잔 정도는 참으로 좋아하는데... ㅜㅜ
어르신들로 가득한 모산 마을회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더더욱 활기를 띠는 것 같았다.
다시 길 잃어버릴까봐 멀리까지 배웅 나와주신 고옥례 할머니.
사진 찍어드리겠다니 쑥쓰럽다면서 살포시 웃으셨다.
내 손을 잡고 토닥여줬던 그 온기가 아직도 느껴지는 것만 같다.
할머니 덕분에 양동호 가옥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었고, 사진도 잘 찍을 수 있었다.
손녀같이 잘 대해주신 덕분에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다.
세상이 각박하고, 정이 없고 인심이 사라진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이 마을에서만큼은 그 말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 모산마을임을 알리는 비석
길을 잘못들어서 당도한 모산마을.
곳곳에 기와집과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웃음으로 반겨줬던 마을.
관광지도 아닌 평범한 마을이 이렇게 따뜻하고 빛이 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한다고 해도 아마 이렇게 훈훈한 마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도 비껴가는 듯한 느낌, 지도 서비스조차 이 마을만큼은 지켜주는 것만 같다.
화순 여행을 생각하면 봄날의 따스한 볕을 받으며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다.
다음지도에도 안 나오는 모산마을회관 ㅜㅜ 주소조차 없다;;;
그래서 여기쯤인 것 같아 화살표를 그냥 쿡 찍었다는...
추천 한방 부탁드립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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