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작은 마을, 동피랑.
통영 강구안이 한눈에 조망되는 중앙활어시장 뒤편 골목길 사이사이로 걸어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언덕 마을이 동피랑입니다. 동피랑이란 동쪽과 벼랑의 사투리인 피랑이 더해진 말로, 동쪽의 언덕이라는 뜻인데요. 이 작은 언덕마을의 길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소라고둥을 닮았습니다.
이 작은 마을은 정말 많이 유명해졌죠. 벽화하면 바로 이곳을 떠올릴만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곳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골목 곳곳, 담장에 그려진 그림들때문입니다. 최근에 동피랑마을은 새로 벽화가 그려지기도 했는데요.
뱅글뱅글 소라고둥을 닮은 골목길을 따라 동피랑 마을의 벽화를 구경해봅니다.
▲ 동피랑 구판장
이곳은 동피랑 구판장입니다. 동피랑 구판장은 제일 오르막에 위치해있죠. 오르막길을 오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죠. 강구안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바닷바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동피랑 가는 길. 표지판이 먼저 알려줍니다. 활어시장 골목으로도 갈 수 있지만, 시장 큰길로도 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곳으로 가든 오르막임은 분명하구요.
동피랑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이 벽에 있군요. 이 마을은 정말 꿈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보며 터전을 유지하고픈 사람들의 꿈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언덕마을이지만서도 다르게 말한다면 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하늘과 맞닿은 동네, 즉 달동네입니다. 50여 가구가 사는 동네인데 일제 강점기,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을 하던 외지 하층민들이 기거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하죠.
▲ 동피랑 마을 입구의 태인카페
동피랑길을 조금만 오르게 되면 만나는 작은 슈퍼. 구멍가게 같지만서도 멋스러운 이름도 있습니다. 바로 태인카페라는 상호죠.
이 카페의 주인은 어떤 할아버지입니다. 이름도 없던 작은 구멍가게는 이곳을 방문했던 누군가가 소설 혹은 영화로 만들어진 "바그다드 카페"를 닮았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잘못 알아듣고 "파고다카페"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젠 "태인카페"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자신의 이름 한자와 아들 이름 한자를 합한 뜻이 있다고 합니다.
동피랑 마을을 가는 첫 만남을 이 태인카페와 함께 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커피 한잔, 물 한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벽화를 찬찬히 살피며 걷다보면 이런 글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동피랑 마을의 연이라...
동피랑의 추억이 담아있는 연. 동피랑의 전통연의 기억은 이렇게 벽화에 글로만 남아있습니다.
언젠간 볼 날이 있겠죠? 벽화의 그림을 통해서도 말이죠.
꿈이 살고 있는 마을 동피랑, 한때 사라질 위기도 겪었죠. 원래 이곳은 통영시에 의해 조선 수군의 시설물이었던 북대루의 복원과 공원화를 위한 철거 예정지였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철거가 되면 적은 보상비로 갈 곳 없는 이곳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이 마을을 보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2006년 11월 마을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공모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동피랑은 아기자기한 벽화로 조성되고 이곳만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주말에는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터전이 철거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통영시에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생겨난 것이죠. 이에 통영시도 철거예정에서 보존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기존의 주민들을 그대로 살도록 했다고 합니다. 참, 다행이죠. 이 마을이 그대로 있게 되서요.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있지만서도 이렇게 정이 담뚝 묻어나는 그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가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듯한 벽화.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오릅니다.
이렇게 벽 곳곳마다 진솔함과 따뜻함이 듬뿍 묻어나고 있는데요.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동피랑마을,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걸으면서 이곳에서 다시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예쁜 그림이 그려져있다고 해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남루하고 누추하지만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녹은 공간들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거죠.
아마 동피랑을 찾아오는 첫번째 이유는 아마 벽화 그 자체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벽화가 그려진 담과 더불어서 골목길도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람 두 명이 걸어가면 가득 차 버리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통영 바닷가와의 어울림도 마음에 담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벽화 뒤에 숨어있는 이 동네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달동네라서 우리가 모르는 고충은 더 많았을 것입니다. 마을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던, 하루종일 나오지 않는 수돗물로 인해 고생하던 그들의 삶을 단순히 벽화만 보고서는 끝내버려선 안된다는 거죠.
벽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요.
통영이라서, 항구가 훤히 내려다보이기에 어떤 집은 마치 바닷속과 같은 그림들이 그려져있습니다. 꽃게와 말미잘, 그리고 귀여운 복어까지. 눈과 카메라는 참 즐겁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는 것만 같은 굴뚝. 몇년동안 그 자리에 있었기에 이젠 시커먼 때가 꼈지만서도 반갑게 인사합니다.
친구가 되는 첫단계는 바로 인사하기가 아닐까요? 이렇게 동피랑마을 벽화와 친구가 되어봅니다. 아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 굴뚝을 보며 이렇게 인사하지 않을까 싶네요. "안녕"
이 마을에서는 캔버스가 따로 없습니다. 담장과 집을 더불어서 굴뚝, 이젠 기름통까지 아주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가 있죠. 이것또한 매력인 듯 하네요.
흰색, 파랑으로 칠해진 동피랑 골목.
벽에 그려진 재밌고 다양한 그림을 보며 길을 오르다보면 힘든 것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어떤 골목길은 마치 새가 벽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귀엽고, 발랄한 그림들도 있지만서도 검은색과 흰색으로 단아한 모습의 그림도 있는 점에서 동피랑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죠.
그리고 통영을 지키는, 아니 동피랑을 지키는 동미르. 계속해서 이 동피랑 마을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느 집 담에 그려진 벽화. 사진을 찍는데도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동피랑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로 인해 이곳에 사는 주민에게 피해를 줄까봐서죠. 이들에게는 먹고 사는 공간인 집과 담이 다른 사람에게 볼거리가 된다는 점이 어쩌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담은 벽화. 파란 하늘이 고스란히 담장에 담겨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마을에 하늘을 담은 골목길.
귀여운 캐릭터도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벽화속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계절은 봄입니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은 땅따먹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그렇게 즐겁게 뛰어놉니다.
어느 곳 하나 모자람 없이, 그렇다고 치우침도 없이 올해 새롭게 꽃단장을 한 동피랑 마을은 유명 관광지가 된지 오래입니다. 아침 이른 시각부터 관광객들이 골목 곳곳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그렇게 유명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런 벽화마을의 시도는 전국의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벽화 뒤에 숨은 주민들의 힘든 생활을 왜곡하거나 막는 방편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벽화마을 1번지, 통영의 몽마르뜨라는 별명을 얻었지만서도 그 마을의 주인은 그 마을의 주민임을 늘 명심하고 그들의 삶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겠죠.
무엇보다도 벽화 속 그림들은 익살맞고, 귀엽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굴뚝, 기름통, 지붕 위,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은 하나의 감성으로 통합니다. 바로 진솔함과 따뜻함이 그림 속에 담겨있다는거죠.
부모님 세대에게는 어릴때 살던 좁은 골목길과 언덕길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부모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게 이 마을의 벽화입니다.
소라고둥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는 좁은 골목길을 캔버스 삼아 펼쳐진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을 보고 싶다면, 바다가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꿈이 살고 있는 마을을 보고 싶다면 이 동피랑 마을을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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