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집 사이에 탑이 있다면? 우리 집 마당안에 문화재가 있다면?
실제로... 안동 하리마을에는 그랬습니다. 탑은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탑은 집 한가운데 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쩌지 어쩌지 발만 동동구르다가... 월담은 아니고.. 당당하게 대문을 통해 마당으로 들어가서 구경한 모전삼층석탑입니다.
탑 주변에 집들이 보이죠? 정말 이렇습니다. 문화재가 덩그러니 방치된 느낌이기도 하구요..
이 탑은 이 지방에서는 보기드문 모전석탑(模塼石塔)입니다.
모전석탑이란 흙벽돌로 쌓아올린 전탑을 모방하여 돌을 벽돌처럼 깍아 쌓아 올리는 것인데,
이 탑은 비록 벽돌로 쌓지는 않았으나 일부에서 전탑의 양식이 나타나고 있어 이렇게 모전석탑이라 불리우고 있지요.
탑은 자연 암반 위로 3층의 탑신(塔身)을 쌓아올린 모습으로 특히 지붕돌에서 전탑의 양식이 보입니다.
즉 일반적인 석탑에서는 지붕돌 밑면에만 몇단의 받침을 두는 것에 비해 이 탑은 지붕돌 윗면에도 층을 둔 것이죠.
이는 벽돌의 특성상 층을 이루게 되는 전탑의 지붕돌 양식에서 그 모습만을 빌려와 본뜬 것이라고 하네요.
고려시대의 탑으로 추측되며, 이 마을에 이 탑 외에도 또다른 3층 석탑이 남아 있어 이곳이 불교 유적지였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총 높이 3.25m 이고, 1979년에 시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됩니다.
탑의 주위는 사지(寺址)로 추정되나 확인할 수 없어서 폐사지의 명칭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안동에서 불교의 흔적을 찾는다는 게 참 생소한데... 집 사이에서 이렇게 탑을 찾으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더더구나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탑이니 말이죠.
실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빨랫줄에 빨래가 널려있는 걸 보면요^^;
다만 제가 찾아갔을 때가 해가 질듯 말듯 좀 어두컴컴한 시간때라 사진이 좀 습하게 나왔네요-_-;
탑을 자세히 보면요, 기단면석은 자연암석을 이용한 것을 알 수 있죠.
암반인 지반과 함께 정제되어 있지 못한 형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단갑석은 대반석이며 그 위에 초층옥신이 놓였다고 하는군요. 이 지역의 법흥동, 동부동, 조탑동의 전탑이나 멀리 전남 강진군 월남사지 모전석탑과 형식상 유사하며 이 지방에서는 희귀한 모전석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구성비례나 상층에의 체감율 등 수법이 특히 월남사의 모전석탑과 거의 같은 것은 지리적 조건으로 보아 주의할 점이라 하는데... 이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탑 전문가는 아니니.. 제가 알고 있는 정도로만 살펴볼 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아직 탑에 대해서는 내공이 좀 많이 부족합니다. ㅠㅠ
비석도 찍어보는데... 이 비석도 삐뚤게 박혀 있더군요-_-;
이건 문화재청에 올라와있는 사진입니다.
예전엔 이랬던 탑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가이드라인도 있고 안정감이 있어보이지만...
뭐랄까... 지금은 음침한 느낌, 외로운 느낌. 버려진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탑이었습니다.
탑의 나이만 해도 1000년은 되었을텐데... 방치된 느낌이 들어서 안타까웠죠.
사진속에서처럼 초록색 풀밭들과 함께 라면 좀 달랐을까요?
이 탑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근처에 예안이씨 충효당을 비롯하여 많은 고택들이 있어서
고택을 찾아오는 분들이 가끔 이곳을 들르는 것 같지만서도...
외로운 탑의 모습은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 근처가 절이라고 추측은 하고 있으나 지금은 절도 아니고, 집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모전삼층석탑만이 고려시대에서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죠.
세월을 머금고, 시간을 포용하며 그 자리에서 그렇게 있는 탑.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다시금 이곳을 찾았을 때, 이 탑은 그대로일지언정...
초라한 느낌은 더이상 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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