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상다리가 휘어지는 한정식, 목포에서 맛보다 - 다원 한정식

꼬양 2010. 11. 25. 08:00

여행을 다니다보면 정말 시장기를 많이 느낍니다.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많이 걸어서 그런지 평소에 그 거리를 걸어도 배가 안 고플텐데 여행만 하면 갑자기 안되던 소화도 너무나도 잘 됩니다.

 

여러분은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표현이 적당한 전라도 한정식

 

전라도 하면 떠오르는 표현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상다리가 휘어진다”라는 말이죠. 정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가득 차려진 상을 보고 있노라면 침도 꿀꺽 넘어가지만 눈이 먼저 즐겁습니다.

전라도 여행 중에 25년 넘게 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정식 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우리나 늘 한정식이라고 말하지만,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한정식이란 용어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정식이란? 한정식과 백반의 차이는?

 

그러면 한정식이란 무얼까요? 대체로 백반은 가장 서민적인 상차림이 상업화한 것이고, 한정식은 옛 대가들의 반상 차림이 상업화한 것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통설이라고 하는군요.

반상 차림은 당연히 그 지역색을 띠어서 오늘날에는 남도 한정식, 개성 한정식 등으로 발전해 왔고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12첩 반상이 기본이지만 지역 특산물의 차이에 따라 찬의 수나 탕의 종류가 조금씩 다릅니다.
남도 음식의 매력인 강한 맛과 푸짐함을 이렇게 남도 한정식에서 찾을 수 있는 법이죠.

 

 

 

 

겉은 평범해보이는, 주택같아 보이는 가게인데, 잘 가꿔진 앞마당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먼저 에피타이저인 호박죽이 나옵니다. 약간은 달달하니, 입맛이 살짝 도네요.

 

낚지볶음

 

아무래도 목포는 낙지가 유명하다보니, 낙지볶음이 제일 먼저 들어오네요. 양파와 깨를 듬뿍 넣어 볶았는데, 매콤하고 쫄깃쫄깃 입에 감기더군요. 처음부터 강렬한 맛을 선사하는 낙지볶음인데요.
 

 

 

싱싱한 배추와 고추, 마늘

 

그냥 된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쌈을 싸서 먹어도 되는 배추와 고추도 상 한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명태조림

 

어떤 분은 이걸 구이라고 하셨는데, 간장 소스가 뿌려져 있고, 명태 속살 역시 부드러웠는데요, 명태 조림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 같습니다.
 

 

우럭회와 광어회

 

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우럭회와 광어회. 손길이 가장 많이 가고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건 아무래도 회겠죠? 회는 바다 근처에서 먹는 것이 가장 제 맛입니다.
 

 

 

낙지구이

 

젓가락에 돌돌 말아 소스를 발라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나온 낙지. 각자 하나씩 밥 위로 가져가서 돌돌 말린 낙지를 빼서 먹거나 아니면 젓가락 채로 들고 맛있게 먹습니다. 양념도 듬뿍 발라져 있어서 고소합니다.
 

 

홍어삼합

 

전라도의 잔치음식인 홍어삼합도 한정식에서는 빠질 수 없죠. 홍어는 팍 삭히지 않아서 먹기에는 상당히 편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홍어 특유의 삭힌 냄새는 최소화 해야 하기에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가리비회

 

능소화 꽃으로 장식된 그릇에는 가리비회도 소담하게 담겨있습니다. 

예로부터 전라도는 산이 깊으면서도 들이 넓고 바다가 인접해 풍요로웠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대부와 지방 호족을 중심으로 격식 있고 풍부한 반상 차림이 발달해 지금의 남도 한정식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죠. 사진으로만 봐도 상차림이 상당히 푸짐합니다.
 

 

 

육회

해산물 사이에 붉은색이 눈에 띱니다. 바로 육회!
 

 

 가오리찜

 

초록색 깻잎과 색깔 대조를 이뤄 더욱 맛있어 보이는 가오리찜입니다. 양념장이 듬뿍 배어 있어 짬쪼롬하니 간이 잘 되어 있더라구요.


 

삶은 새우와 묵은지

 

새우껍질 벗겨가면서 먹는데, 그 옆에 묵은지도 눈에 띱니다.
 

 

 맛조개

 

아까 가리비 회를 먹었고, 이번에는 맛조개를 먹어봅니다. 4인 기준이기에 딱 4개. 싸울 일도 없네요. ^^;
 
 

장조림

 

육회도 먹었지만, 이번에는 장조림이 나옵니다. 제대로 삶아내서 고기는 상당히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전혀 질기지 않아서 술술 잘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조림은 짠데, 짜지 않고 간이 딱 맞아서 먹는 데 부담이 없었구요.
 

 

장어구이

 

남자분들이 좋아할 음식도 있죠. 바로 장어구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도 좋으니 입도 호강하고 몸도 호강하는군요.
 

 

 고등어구이

 

그리고 구이도 나옵니다. 찜, 전, 조림, 회 등 다양하게 상차림은 구성돼 있어요.
사진에는 없지만 갈치속젓, 생선전도 이 상차림에 포함돼 있습니다.


 

 왼쪽으로부터 된장국, 김치 등 갖가지 반찬, 제일 아래 간장게장

 

 

여행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맛!

 

그리고 식사로 잡곡밥과 된장국이 나옵니다. 밥이 나오면서 간장게장도 등장하고, 갖가지 김치와 무침도 연달아 등장합니다.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음식이 또 들어가니 신기하기도 하지만, 계속 나오는 음식에 한정식이 아니라 무슨 코스 요리를 먹는 것만 같은 느낌도 들죠.

산해진미가 가득한 상차림을 보니 눈도 즐겁고, 먹다보니 입도 즐겁고 속도 즐겁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늘 강조하지만 먹는 맛도 큽니다.

잘 먹으면 여행은 더 즐겁습니다. 푸짐한 한정식을 제대로 즐길 곳을 찾는 다면 이곳을 방문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남도 한정식이 이런거구나”라는 생각 드실거예요.


 

 

 

다원한정식
-4명 10만원 기본 상차림 (1인당 2만 5천원)
-전남 목포시 용당2동 1113-9번지
-이용시간 09:30~22:00
-061-272-8777, 061-272-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