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밥도둑 간장게장과 술도둑 홍어삼합을 맛볼 수 있는 곳

꼬양 2010. 11. 1. 07:30

우리나라는 참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저는 바다를 좋아해서 주로 바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요. 전국 방방곡곡의 바다를 보러 다니다보면 도둑이 참 많이 신경이 쓰입니다. 제 가방에 있는 돈을 뺏아가는 도둑이 아니라, 제 카메라에 눈독들이는 도둑이 아니라. 제 마음을 빼앗아 가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과 바다, 들은 마음도둑이요, 그리고 군침 흘리게 만드는 맛난 음식들은 밥도둑이죠. 

가끔은 풍경보다도 그 지역의 특징이 생생하고 고스란히 상차림에 담겨있는 밥도둑을 찾아서 다니기도 합니다. 

남도 여행중에서 들른 곳 전라도. 이곳에서는 밥도둑과 술도둑, 이렇게 둘이나 만났습니다. 


 

▲ 간장게장

 


전라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무얼까요? 바로 삼합입니다.

삼합은 예로부터 전라도의 잔치음식이라고 하죠. 지금도 전라도 지역의 각종 집안 경조사의 상차림에는 삼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잔치상에 오르는 삼합과 더불어 유명한 간장게장까지, 이 둘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목포에는 여러 맛집이 있습니다. 푸짐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푹 삭힌 홍어삼합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연포탕전문 식당까지, 아주 다양하게 포진해있는데요. 삼합과 게장, 인동주까지 맛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곳은 인동주식당입니다.

 


 ▲양파김치

 

 

 

▲묵은지 


 

 

 

 

 

 

보름 남짓 삭힌 홍어회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 김치가 기본으로 오르고, 가오리찜, 간재미 무침, 간장 꽃게장, 양파 김치, 미나리 무침, 감태 무침, 홍어 보리 애국 등이 한 상 가득 오르는데요.


 

한상 푸짐하게 차려진 상 위에서 돼지고기, 홍어, 묵은지를 동시에 집어봅니다. 

근데, 홍어삼합과 관련된 이야기 아시나요? 왜 이렇게 세 개를 먹을까요? 

일상속에서도 삼합을 먹으면서도 궁금한 점이었는데요, 이렇게 먹게 된 이유도 나름 과학적인 사연이 있습니다. 

일단 이 음식들을 어디서 먹는지를 알아야겠죠. 돼지 수육이나 홍어 모두 잔치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아무래도 한 상에서 서로 너무나도 자주 본다는 건데요. 때문에 이 세 가지는 서로 보완 관계가 됩니다. 냉장고가 없던 그 옛날, 돼지고기는 여름철 툭 하면 상했겠죠. 하지만 홍어에 풍부하게 있는 암모니아 성분이 살균작용을 해 식중독을 막아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치엔 암모니아를 중화하는 유기산이 들어있고, 더불어 알싸하고 구수한 막걸리엔 홍어의 자극을 완충해주는 단백질이 있다는 거죠. 때문에 우리가 삼합을 먹으면 처음엔 입에는 톡 쏘는 홍어 맛이 아주 강하게 올라오지만 점점 씹다보면 조화를 이루기에 담백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삼합을 먹다보면 술이 절로 당기는데요. 이때 인동주로 만든 술까지 한 잔 곁들입니다. 인동초로 빚은 술, 인동주인데요. 인동초에 대해 혹시 아실수도 있겠네요. 겨울에도 줄기 끝의 잎이 떨어지지 않고 혹독한 겨울을 인내하며 잎을 달고 있다는 의미에서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5~6월 따뜻한 봄에 집중적으로 피는 봄꽃이지만 탄닌, 루틴, 이노시톨, 플라보노이드 등 성분을 포함하여 이뇨, 항염증, 항균작용이 있고 해열, 해독, 감기 초기의 발열, 혈리, 전염성 간염, 화농성질환, 신경통, 류머티즘 등 관절근골의 동통, 구내염, 가벼운 위궤양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위가 좋지 않은 저는, 이 인동주를 좀 많이 먹어야 했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인동초는 우리나라에선 점잖고 쓰임새가 많은 덩굴식물이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유해식물로 취급받는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인동초 나무. 열매가 열린 모습(식당 마당에 있던 인동초)

 



 

홍어, 돼지고기, 묵은지를 집어서 입에 넣고, 꼭꼭 씹다보면 오묘한 맛에 조화에 감탄하고, 덩달아 술도 술술 넘어가게 마련인데. 정말 홍어삼합은 가히 전라도의 술도둑이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홍어삼합이 아무리 술도둑이라 해도 없애지 못하는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냄새. 이 냄새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꺼립니다. 제가 서울에서 점심 먹으러 자주 가는 식당도 홍어전문점인데, 그곳에서 홍어가 아닌 다른 음식을 먹어도 옷에 홍어의 삭힌 냄새가 스며들어 사무실에선 다른 직원들에게 구박받기가 일쑤인데요. 

이렇게 홍어를 못 드시는 분들에게는 밥도둑 간장게장이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군요.


 

통깨가 솔솔 뿌려져 있는 게장의 모습이 참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간장게장, 짭쪼롬하고 삼삼한 맛이 일품이죠.

삼합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간장게장때문에 이 가게에 들린다고 하니, 그 맛은 정말 한번 먹으면 잊지 못합니다. 이 맛의 비법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도 들구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비법 중 하나는 바로 인동초에 있더군요. 다른 곳과는 달리 이 집의 꽃게장에는 간장을 끓일 때 인동초 꽃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인동초의 성분이 게의 비린내를 없애고 뒷맛을 개운하게 해주기 때문에 넣는다고 하네요.

 


 

 

게딱지에 넣고 밥을 쓱쓱 비벼 먹기. 간장게장 먹기의 하이라이트죠.

앞서서도 말했지만 간장 게장의 오묘한 맛을 잘 살리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게장을 짜지 않게 담그는 건 쉽지만, 비린 맛을 없애는 게 제일 어려운 거죠. 그 비법이 인동초란 사실이 놀라웠지만서도.. 

어쨌든, 짭짤하고 쌉쌀하면서 비리지 않는 간장게장의 맛을 여기서 맛볼 수 있단 게 참 좋았습니다.


 

 

 

술 도둑 홍어삼합과 밥 도둑간장게장을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이 집의 명물인 인동주까지 덤으로 맛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겠죠. 한 상 가득 차림상보다도 홍어삼합과 간장게장이 있어서 입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여행에서 눈도 즐거워야겠지만 입이 즐거워야 좋겠죠?

 


인동주마을(인동주식당)

전라남도 목포시 옥암동 1041-7, 061-284-4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