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경상도

가을날 푸른파도가 넘실거렸던 북부해수욕장

꼬양 2009. 10. 19. 11:42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어찌보면 외로울수도 고독해 보일수도 있습니다.

혼자하는 여행, 혼자갖는 시간은 오히려 스스로를 커나가게끔합니다.

이 시간은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기도, 지혜를 성숙시키고

내적인 힘을 길러주기도 하지요.

 

그 힘들을 가져보기위해 깊어가는 가을날 혼자 찾았던 포항의 북부해수욕장입니다.

 

 푸른 하늘과 짙은 바다가 절 반겨주더군요.

왜 이제야 왔냐고 투덜거리는 듯 했어요.

 

 

포항 북부해수욕장은 포스코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는 아파트 단지가 떡하니 있지요.

자연과 인공물의 부조화.

참, 이보다도 더 심할순 없다고 봅니다.

일단, 옆의 인공물들은 다 잘라내고 바다만 찍어봅니다.

 

모래사장은 깨끗한 편입니다.

물도 깨끗하구요.

간간히 조개껍데기도 보입니다.

그만큼 물이 깨끗해졌단거겠죠.

예전엔 조개조차 살 수 없을만큼 물이 더러웠는데 말이죠.

 

해수욕장을 거닐다보니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는걸까 머리위에 큰 물음표를 띄우고 가까이 가봅니다.

 

그들에게 점차 다가가는 순간 발견한 이것!

아... 환경정화작업을 하시는군요.

해초들을 모래사장에 파묻고 있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해초들...

저는 왠 검은띠인가 싶었죠.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제가 살았던 바다역시 그랬습니다.

저도 같이 가서 아침부터 작업을 했던 게 떠오르더군요.

 

 해초는 파도의 끝에 쌓여가고...

투명한 바닷물은 그대로 넘실댑니다.

 

 

해수욕장 끝에는 큰 건물이...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참 아름다운건데요...

 

 그리고 저 멀리 포스코.

 

 

 

 

어떤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아무도 다가올 수 없고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발동을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과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요.

 

그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기에는 자연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은 항상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고 언제든지 제가 그 속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자연속에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구요.

 

 

 

바다는 하나의 물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집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나가니까요.

달의 인력에 의해 밀물과 썰물이 생기고

파도에 의해 작은 생명체들이 쓸려오고 다시 쓸려나가고.

바람에 흔들리며 끝없이 춤을 추고...

 

바다의 짭조름한 냄새를 맡고,

철썩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무엇인가를 깨닫습니다.

늘 전쟁의 순간만 같았던 시간들의 개념은

태양과 달의 리듬을 따르는 그런 몸짓이라는 걸요.

 

 

 

여행은 내가 항상 소중히 하고 영원이 잊지 말아야할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을 다니고 있는것이기도 합니다.

 

 

 

아... 너무 딱딱한 얘기들만 했군요... 포항북부해수욕장은 여러 행사가 개최돼 왔지요.

지난 여름에 국제불빛축제를 비롯 내년에 역시 큰 스포츠 행사가 여기에서 개최됩니다.

여름이면 테마거리가 조성돼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마라톤 대회도 열렸지요.

 

참,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빨간등대가 있는 방파자에서 시작해서 바닷가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다보면

환호 해맞이공원까지 걸어가는 것도 괜찮은데요...

길이가 좀 깁니다.

걷는 것보단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게 나을 듯 싶구요.

 

행사가 다채로울때 찾지 않고 모든 게 다 막 내리고 한산해진 때 이곳을 찾은 꼬양.

 

 

가을날, 기분좋은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혼자 독차지 하려했으나..

어김없이 커플들은 나타나더군요.

그 커플들에게 있어 바다는 자신들만의 것 같겠지만...

제 사진속 커플들은 점에 불과한 듯 합니다.

물론 저 역시 지구상에서는 한낱 점에 불과합니다.

커플을 저렇게 사진속 점으로 남겨놓고자 했던 건 심술이 아닙니다^^

 

문득, 종이위에 찍힌 작은 온점처럼 저도 한낱 점에 불과하며

지구역시 드넓은 우주속에서는 한낱 점일테니까요.

 

아... 너무 철학적인 글로만 잔뜩 써댔네요.

막상 글을 쓰고나니 어찌할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 상태로 포스팅하겠습니다.

나중에 "왜 이렇게 심각할까?"라며 다시 글을 읽고 얼굴이 빨개지는 한이 있더라도요.ㅎㅎ

 

1년후에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배꼽잡고 웃겠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1년전 포스팅을 읽어봅니다.

어찌나 글이 유치하던지... 제가 민망하더군요.ㅎ

하지만 절대 고치진 않습니다

 

가을날 파도가 넘실대던 북부해수욕장.

도로가 바로 밀접해있어서 약간은 다른 느낌이었던 바다.

생각을 어느정도나마 훌훌 털어버리고 왔던 바다,

북부해수욕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