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10월의 한라수목원

꼬양 2007. 10. 14. 00:53

10월의 한라수목원.

 

수목원에 낙엽으로 가득차고,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것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북한산 정상부근에 이제야 단풍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한라산으로 그 단풍이 내려오려면 아마 한달이라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기상청 자료를 열람해보니...

 

현재, 제주지역의 최저, 최고 기온이 30년 평균보다 약 2도 가량 높은 편이다.

 

분명, 작년에는 좀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닌 기억이 있는데...

 

요즘엔 낮엔 팔을 걷어붙이고 다닐 정도니... 온도가 예전보다 높은 건 맞긴 하다...

 

암튼, 사진기를 들고 수목원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하지만 찍은 사진 중에서 건진 사진은 얼마가 되지 않았다.

 

아직 내 글솜씨와 사진찍는 실력이 썩 좋지가 않다고 느끼기에...

 

가을임을 알 수 있는 것은 감.

감이 익은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

 

친구는 옆에서 나를 쿡쿡 찌르면서...

"야아~ 저거 얼른 따~ 맛있겠다~"

 

하지만, 감나무 키가 큰 걸.

그리고 저건, 까치밥이 아닌가?

저거 건들면 까치들은 이번 겨울 굶을텐데-_-;

 

수목원에는 푸르름이 아직도 남아있다.

 

땀 흘리면서 걷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흘린 땀을 식혀준다.

 

연못 주변도 아직도 푸르른... 

 

그 많던 사람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연못주변에서 놀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론가 가버렸다.

내가 그리도 싫었소?-_-;

 

잠시, 나무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껴서 나무 사이로 맑은 하늘은 볼 수 없었다.

 

이런~ 가을의 청명한 하늘을 기대했건만.

날 반겨주는 건 파란 하늘도 아닌 하얀 구름뿐 일세. 

그래도 구름, 너라도 반겨주니 고맙다~

 

나뭇잎을 보면 너무나 밝은 초록색을 띠고 있기에 여름인 듯도 하지만.

밑을 보면, 떨어진 나뭇잎들이 쌀쌀해진 날씨를 말해주고 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내는 낙엽을 밝으면, 가을냄새가 물씬~

 

초록잎과 낙엽.

이들 역시 생과 사를 보여주는 듯 하다.

 

살아 있는 초록잎과 가지와 이별한 낙엽.

낙엽은 다시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고,

나무의 영양분이 되어 봄에는 또다시 잎으로 피어나겠지.

 

한달 후면, 이 나무들도 울긋불긋 옷을 입겠지? 

 

어쩌면,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평상에 앉아 책을 읽다보니 한기가 느껴졌다.

 

이러면서 감기가 들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다시 카메라와 책을 벗삼아 걸었다 쉬었다를 반복.

 

10월의 어느 토요일.

 

그렇게 나는 한라수목원을 서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