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행]
2013 세계순례대회가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립니다.
종교를 초월해, 누구든 걸을 수 있는 길.
순례는 독실한 신앙인만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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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때, 무언가 간절히 청할 때..
종교는 없기에 내 안의 나를 향해 간절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야 하나... 싶었어요.. ^^;
순례길은 이렇게 달팽이가 반기고 있습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낮은 곳에 시선을 두고 걸어야합니다.
길 이름은 아름다운 순례길...
사실 길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북으론 금강을, 남으로는 모악산을 감싸고 한 바퀴 도는 이 길은 240㎞에 이르는데,
그 길의 풍경은 수려함이나 영검스러움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순례길은 농로, 아스팔트 도로, 시멘트 길, 흙길을 이었습니다.
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이 길엔 박한 편이죠.
하지만 여정을 마치고 난 뒤에 마음을 채우는 아름다움을 생각한다면
이 길은 아름다운 순례길이란 이름이 맞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전라북도 전주, 완주, 김제, 익산을 잇는 아름다운 순례길...
이곳에는 여러 종교인들의 고난과 화합의 역사, 민족저항의 역사가 공존합니다.
예루살렘, 산티아고 등 이름난 순례길들과 이 길의 다른 점을 꼽으라면
어느 한 종교에 편중되지 않은 종교적 다양성, 한국만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겠습니다.
한국인들에겐 문화사, 종교사적인 면에서 더 의미있는 길이 아닐까 싶네요.
9개 구간, 240㎞에 이르는 순례길 중에서
김제의 금산사에서 수류성당을 잇는 19.7㎞의 7번 코스는 길진 않지만
전북 지역의 다양한 종교를 보다 더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순례길 7코스의 금산사에 들려 잠시 그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해탈에 이를 수 있을까요?
해탈교를 건너가봅니다.
비오는 날의 금산사의 분위기는 고요하고 적막합니다.
후백제의 견훤이 스스로를 미륵불이라 칭했지만
아들들에 의해 미륵불이 모셔져있는 이곳 금산사에 유폐되었고 후백제의 멸망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참으로 아이러니한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미륵신앙을 대표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건물이기도 하구요.
금산사는 한창 공사중입니다.
비오는 날에 찍다보니,
렌즈에 자꾸 빗방울이 맺히네요.
카메라도 고행,
우산들도 사진찍는 저도 고행이네요 ^^;;
수계, 설계, 설법 등 중요한 의식을 집행하는 대적광전.
본래는 대웅대광명전으로 불리었는데, 이때는 이곳에 삼신불만을 봉안했다고 해요.
그리고 1986년 원인모를 화재로 법당이 전소되어 보물 지정이 해제되었지만,
90년대에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이 절은 백제시대에 지어지고 신라의 통일 이후 혜공왕 때 진표율사에 의해 중창되면서 절의 기틀이 갖추어졌다고 하죠.
당시 신라 불교의 주류였던 교종 계통 법상종의 중심 사찰로 역할을 했는데,
법상종이 미륵신앙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종파라
이곳 절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이 없는 대신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절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미륵전은, 공사중입니다 ^^;;
대적광전 앞 마당에는 독특한 탑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육각다층석탑입니다.
보통의 탑과는 다른 돌로 만들어졌죠.
화려하게 다듬기도 했고 쌓기도 한 탑이죠.
그리고 마당에서 만나보는 석련대.
거대한 이 받침대는 대체 용도가 무엇일까요?
추측으로는 미륵장륙상을 받쳤던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나한을 봉안하는 나한전...
절에는 한적함이 가득합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경내는 더더욱 조용하구요.
야트막한 언덕위에는 방등계단과 오층석탑이 있습니다.
방등계단이란 정사각형의 넓은 석단을 만들고 그 위에 석종 모양의 탑을 올린 구조물로,
승려들에게 계를 주는 장소입니다.
수평으로 펼쳐진 방등계단과 수직으로 솟은 석탑의 대비는 그 아래에서 전개되는
대적광전과 미륵전의 형태적 대비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잠시 내려다보면 이렇게 금산사 전경이 한눈에 보인답니다.
보물 25호 5층석탑...
이중 기단 위에 장엄하게 서 있는 5층석탑.
신라 석탑의 기본형을 따르고 있으나, 하층 기단이 협소해지고
기단 갑석 위에 다른 석재를 삽입한 점 등에서 시대적 특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고, 문화를 느끼고...
그리고 종교를 생각하고...
그나저나.. 전 ^^; 종교가 없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이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꽃무릇이 붉게 피어나 금산사를 수놓고 있네요.
사실, 순례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종교인들만 걸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교를 초월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스스로가 답을 하게 만드는 묘한 무언가가 이 길에는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 이 길은 기도하면서 걷는,
끝없는 고행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을 통해서 분명 얻는 것은 있습니다.
보이는 풍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역사, 문화, 종교... 그리고 내 안의 무언가와 마주하는 것을
길에서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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