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다양한 취재활동

아시아로 통하는 문화, 저자 이병훈 단장과의 대화

꼬양 2011. 12. 26. 06:30

[저자와의 대화]

광주취재를 다니면서 자주 뵈었던 이병훈 단장님을 이번에는 기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늘 푸근한 인상과 구수한 사투리로 옆집 삼촌처럼 친근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날 역시 이병훈 단장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셨네요.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는

"아시아로 통하는 문화" 저자 이병훈 단장님과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문화,

세계의 문화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문화에 관심이 많은 꼬양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면서 들었답니다. 

 

 

 

 

 

"문화란 흐르는 물과 같은 것"

물은 흐르고 흐르며, 또한 물을 담는 그릇에 따라 물의 모양은 변하지요. 이병훈 단장님이 문화를 흐르는 물에 비유를 하는 말 한 마디에 노자의 사상을 떠올리고 말았던 꼬양입니다^^; 문화 역시 흐르는 물처럼 어느 한 시대에 한 지역에 고착되거나 갇혀서는 안됩니다. 시대를 넘고 지역을 넘어 흐를 때 비로소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죠. 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이 문화 역시 그렇습니다. 문화 역시 소통이 필요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는 소통을 하고 있죠. 우리의 문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전 세계의 K-pop 열풍을 몰고 왔듯이 우리 문화는 세계인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화의 소중함을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문화에 대한 계급의식이 알게 모르게 남아있어서 우리 것은 하대하고 다른 서양문화를 높게 봤던 적도 있었죠. 그런 때를 떠올린다면 지금 우리 문화의 흐름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 문화는 피부색, 인종, 지역을 초월합니다. 문화의 계급의식도 희미해지고 있고, 분리와 물질만을 강조하는 서구의 사상, 문화와는 달리 통합, 공존, 다양성을 강조하는 아시아의 문화는 서서히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통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문화 흐름의 원천을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아시아에서 찾아보자는 게 이병훈 단장의 말입니다.

 

 

 

 

소통하는 문화를 어느 그릇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문제가 되겠지요. 좋은 그릇에 담아야 물이 더 빛나고 가치를 인정받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문화를 담을 그릇을 광주로 선택했습니다.

빛고을 광주에 건설될 "빛의 숲",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그 그릇의 역할을 합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핵심시설로서 첨단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구축을 결합한 문화허브를 실현할 아시아문화발전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곳이죠.

 

하지만 그 그릇을 만들기까지는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아시아로 통하는 문화" 이 책에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몸 담았던 그 시간의 고뇌와 절절한 꿈, 이병훈 단장이 바라봤던 광주의 미래가 담겨있었습니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모래바람 속을 묵묵히 걸어야 했다"

 

지난번 취재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현장을 찾았을 때, 공정률은 32%였었습니다. 원래 2012년 준공예정의 공사가 극에서 극으로 흐르는 서로 다른 생각때문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우려감과 갈등때문에 2014년까지 늦춰졌고, 기다림 역시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다시 시작되었고, 문화전당이 점점 더 모습을 갖춰갈수록 광주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서 빛을 낼 거라는 이병훈 단장의 확신은 점점 뚜렷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날마다 사표를 낼 각오로 중앙정부와 현장을 오갔다던 단장님의 모습이 살며시 떠올랐고, 그 모습이 마치 외롭게 사막을 건너는 낙타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되디 고된 천 개의 고원, 만 개의 고원이 있는 사막을 건너는 것처럼 갈수 있는 것도 광주에 대한 믿음과 확신, 사랑과 열정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 인터뷰 중 잠시 찍어본 책상... 서울 사무실에서도 여전히 할 일이 많으신 거 같아요 ^^;

 

△ 여름날 광주를 음악열기로 달아오르게 했던 월드뮤직 페스티벌 포스터

 

 

대한민국에서 왜 아시아문화의 중심도시는 광주여야 할까?

왜 광주일까? 이제는 이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다른 도시도 있는데, 전라도에 위치한 광주여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할 때 입니다. "5.18의 역사성때문에?", "하지만 광주는 접근성이 너무 낮은데"라는 우려도 들 법도 하죠.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광주는 근대화 시대 아시아 국가들이 경험했던 고통의 역사를 갖고 있죠. 해방을 위한 수많은 아픔이 있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알 수 있듯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죽음, 피의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아픔을 광주는 갖고 있고 또한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인류보편적인 가치로 승화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이병훈 단장은 말을 합니다.

 

광주라는 지명 이전에 저는 좀 더 크게 전라도를 생각해봤습니다. 전라도하면 제일 먼저 판소리를 떠올리고 남도한정식을 생각해냅니다. 밥상에서조차 예술을 떠올리는 곳이 전라도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광주는 호남의 본거지로 예술이 집약된 곳이기도 합니다.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인적자원은 많은 반면에 기술과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광주의 안타까운 점 중에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문화전당과 같은 공간은 진작부터 지어졌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어찌보면 늦을 수도 있으나 지금이라도 이런 공간이 생기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문화전당이 완공되면 "아시아를 담아낼, 아시아를 연결할 그릇의 도시"라는 말은 이제 광주를 수식하는 말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광주하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떠올릴테니까요.

 

 

 

 

 

 

 

다양한 책들이 자리하고 있는 책장

 

 

 

"무엇을 위해서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도시가 아니라 모든 가치들을 아우르는 도시,

사람이 역사를 지탱하고 역사가 문화를 태동시키는 도시,

그 길은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상상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알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길,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 길을 가는 지도인 셈이다"

 

책의 서문에 나온 이 글이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자리에서 만난 이병훈 단장님과의 인터뷰 시간동안 내내

광주에 거는 기대와 사랑, 미래, 꿈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주와 문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없다면 이 길은 정말 상상도,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상상조차 못했던 그 길, 그 길이 곧 열리길 이제는 감히 상상해봅니다. 

 

* 본 포스트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위원회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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