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경상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 촬영지 세병관

꼬양 2010. 10. 29. 03:33

지난5월 프랑스 칸에서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지난 8일에는 부산일보사에서 주최하고 부산광역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이 <하하하>가 3관왕에 올랐습니다.

 

감독상과 여우주연상(문소리), 남자조연상(유준상) 등을 휩쓸었는데요. 홍상수 감독 영화 “하하하”라는 영화가 통영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하하하”에는 경남 통영 문화동에 위치한 통영 세병관(洗兵?·국보 제305호)이 주요 배경으로 나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곳 통영의 문화유산 해설사로 등장하는 문소리는 조선시대 최대의 관아였던 세병관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순신 장군을 무척 사랑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하하하”는 두 남자가 이야기하는 여름 통영의 이야기들로 풀어나갑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유준상)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시는데요. 둘 다 얼마 전 통영에 각자 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 한잔에 그 곳에서 좋았던 일들을 한 토막씩 얘기하기로 합니다. 안주 삼아 여름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던 두 남자, 그러나 알고 보니 그들은 같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오직 좋았던 일만 얘기하겠다는 두 남자의 만담 같은 코멘트가 청량한 통영에서 일어난 두 커플과 우울한 시인의 만남을 홍상수 감독은 미묘한 댓구의 그림으로 완성해나갑니다.

 

 

 

어쨌든, 영화를 떠올리며 방문한 세병관 앞에서는 이렇게 비석을 처음 만납니다. 국보 305호 통영세병관이라는 인증비석이죠.

 

 

 

참, 통영 세병관은 통영의 역사, 문화 기행코스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영화 촬영지로 알려졌지만서도 이곳은 방문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한적하게 이 세병관을 둘러볼 수 있는데요, 다만, 지금은 통제영지 공사 때문에 주변이 살짝 소란스럽습니다.

 

 

 

통영 세병관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국보 305호. 통영의 이름에 대해서도 살짝 짚고 넘어가봅니다. 통영이라는 지명은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총괄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진 통제영에서 따왔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한산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고, 지금 통영에 있는 통제영을 짓기 시작한 것은 선조 36년(1603)때의 일입니다. 제6대 이경준 통제사가 이곳에 터를 닦고 2년 뒤인 선조 38년(1605)에 세병관을 세웠구요, 제35대 통제사 김응해가 1646년에 규모를 크게 해서 다시 지었으며 제193대 통제사 채동건이 1872년에 다시 고쳐 지었습니다.

 

 

 

 

 

두룡포 기사비

 세병관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에 비석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비는 선조때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사를 설치한 이경준의 치적을 기록한 이경준 사적비입니다. 원래 두룡포는 작은 포구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경준이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옮겨옴으로써 전략적인 요충지가 된거죠. 

 

비석은 1625년 제16대 통제사였던 구인후가 세웠다고 합니다. 비문은 아랫부분이 마모되어서 판독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그 내용은 확인되고 있답니다. 통제사 이경준의 약력과 업적이 기록돼 있고 머리돌에는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며 하나의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조각돼 있습니다.

 

 

 

세병관 입구 

 

 

 

 문을 지나서 세병관으로 들어갑니다.

 

 

 세병관 현판

 

세월을 머금은 듯 빛 바랜 낡은 건물이 나옵니다. 다만, 현판만큼은 늠름한 기상을 뽐내고 있구요. 현판은 136대 통제사인 서유대가 쓴 글씨입니다.

 

세병관이라는 이름도 독특한데, 이름과 달리 로맨틱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나라 두보(杜甫)의 시 ‘安得壯士挽天河 淨洗甲兵永不用’(안득장사만천하 정세갑병영불용)에서 “세병관” 이름을 따온 것인데요,

“장사를 얻어서 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끌어와 갑옷과 병기를 깨끗이 씻어 영원히 전쟁에 쓰지 않도록 할까”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상당히 로맨틱하지 않나요? 해를 거듭되는 왜란에서 벗어나 평화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죠.

 

 

 

세병관은 슬리퍼를 신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슬리퍼들이 놓여져있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화기금지라는 것! 세병관 내부에 소화기도 비치돼 있고 무인감시카메라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다고 함부로 문화재를 하지는 않으시겠죠?

 

 

세병관 내부

어쨌든, 이 세병관은 앞면 9칸, 옆면 5칸 규모의 웅장한 건물로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며졌습니다. 건물 내부 바닥에는 우물마루를 깔았는데, 중앙 뒷면에 45㎝ 정도 높은 단을 설치하여 궐패(闕牌)를 모시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왼쪽에 보이시죠? 살짝 높은 단요. 여기가 궐패를 모시는 공간입니다.

 

 

 

 

오랜 세월을 머금은 목조건축물 세병관은 고종 32년(1895) 208대 통제사인 홍남주가 병사하면서 문을 닫을 때까지 290년 넘게 수군의 총본영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경복궁 경회루(국보 224호), 여수 진남관(鎭南館ㆍ국보 304호)과 더불어 현존하는 목조 고건축 가운데 평면 면적이 가장 넓은 건물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균형잡힌 아름다움을 자랑해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 관아 건축물로 손꼽히고 있구요. 조선시대 지방관아 건물이 궁금하다면 이 세병관을 떠올려보시면 좋을 거예요.

지금은 이렇게 언덕배기에 건물 하나만 덩그라니 남아있지만, 원래는 앞뒤에 많은 건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의해 대부분 사라지고 이렇게 세병관만 유일하게 남았지요. 유일하게 남은 모습이 애처롭고 처량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주변에는 한창 공사중입니다.

 

통영시는 운주당, 백화당, 중영, 병고, 교방청, 산성청, 12공방, 장원홍예문과 같은 100여채의 관청과 영문이 들어서 있던 이 터에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연차적으로 정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병관 문 옆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통영 시내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옹기종이 모인 집들이 마치 그림같죠?

 

 

 

 

 

 

그리고 국보지만서도 저렴한 입장료 성인 2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저렴해서 이 입장료로 이곳이 운영이 될까하는 의문도 들지만, 남해안을 여행한다면, 아니 통영에 간다면 이곳만큼은 꼭 들려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참, 영화 “하하하”속의 문소리의 대사를 떠올려보면서, 그리고 조선시대 관아건물이 어떤지 살펴도 보면서 이 세병관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근처 관광지로는 통영시 향토역사관, 청마거리, 청마문학관, 동피랑마을이 있으니 이들과 함께 세병관을 보는 것도 즐겁겠죠?

 

 

통영세병관 : 경남 통영시 문화동 62-1, 055-650-5365. 입장료 성인 : 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