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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의 삶과 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곳 - 청마문학관

꼬양 2010. 7. 23. 08:00

바람이 불면 흩날리는 깃발. 깃발을 보면 누군가의 시가 떠오릅니다.

바로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이죠.

 

깃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깃발"의 시인 유치환이 통영 출신이라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진 않습니다. 저 역시 통영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사실이기도 한데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바다도 아름답기도 하지만서도 많은 예술인을 배출했죠.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전혁림 화백 등. 많은 예술인들이 통영 출신이기도 합니다. 

"깃발" 시를 떠올리며 찾았던 청마 문학관. 유치환의 삶과 문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 곳이기도 합니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정량동으로 향해봅니다. 이 청마문학관 앞까지 가는 버스는 없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한 10분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비교적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정량동에서 내리면 언덕기슭에 한 아파트가 보이는데 그 아파트 뒤쪽에 청마문학관이 있죠. 표지판도 보기 쉬운 곳에 위치해있어서 손쉽게 찾아갈 수 있었던 문학관.

 

 

 

담쟁이덩쿨이 우거진 문학관 입구. 가지런한 돌계단이 다시금 반깁니다.

참, 이곳은 무료관람입니다. 관람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곳이죠~

 

 

청마문학관은 청마 유치환 시인(1908~1967)의 문학정신을 보존,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금으로부터 10년전에 문학관과 생가를 복원, 망일봉 기슭에 개관했다고 합니다. 전시관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니다. 브로셔 상에는 51평으로 나와있더군요.

아담한 문학관에는 청마의 삶을 조명하는 '청마의 생애'편과 생명 추구의 시작을 감상하고 작품의 변천, 평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청마의 작품 세계'편, 청마가 사용하던 유품들과 청마관련 평론, 서적 논문을 정리한 '청마의 발자취'편, '시 감상코너'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더불어 청마의 유품 100여점과 각종 문헌자료 350여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분이 바로 청마 유치환입니다. 글로만 접했던 분을 이렇게 사진으로, 흉상으로 접하니 기분이 새롭더군요. 보통 시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시인의 얼굴을 떠올리진 않기때문이겠죠.

 

 

 

유치환은 59세의 길지 않은 생애를 살다갔습니다. 생이 짧다고 해서 그의 문학까지 짧은 건 아닙니다. 그는 후대에 아주 오랫동안 추억될, 기나긴 이야기를 남기고 갔습니다. 

청마시초(1939), 생명의서(1947), 울릉도(1948), 청령일기(1949), 보병과 더불어(1951), 청마시집(1954), 제9시집,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 미루나무와 남풍(1964),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1965) 등에 이르는 그의 많은 시집들과 함께.

 

 

 

수십 년의 세월을 머금어 빛이 바래고, 누렇게 변해버린 시집. 하지만 그 속에 그의 시는 여전히 푸른 생명의 기운을 발하고 있습니다.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유치환은 일본, 통영, 평양, 부산, 만주 등지를 이사 다니며 사진관운영, 백화점 근무, 농장관리인, 정미소경영, 교직생활까지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의 그런 경험들이 시 속에, 편지속에 가만히 녹아들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의 삶을, 그의 시를 조심스레 살펴봅니다.

문학관에는 그의 시와 더불어 편지쓰기를 좋아했던 유치환이 지인들에게 보내고 받았던 많은 사연들과 함께. 20여 년간 정운 이영도 시인에게 보냈던 수 천통의 시 같은 편지들까지 전시돼 있습니다.

그 편지속에는 정인을 향한 애절한 가슴앓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의 신분과 남편을 사별하고 홀로 딸을 키우는 미망인의 신분은 그 당시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죠.

통영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부산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펜을 놓을 때까지 20여 년간 거의 매일 정운을 향해 썼던 편지는 그 자체가 시였고,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그 자체의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문학관에는 그의 시가 울려퍼집니다. 그의 문학과 삶을 살펴보다보면, 그가 살았던 곳도 궁금해지기는 마련입니다.

 

 

문학관을 나오면 돌계단이 반깁니다. 그리고 표지판 하나도 보이죠. 바로 청마 생가 가는 길입니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게 청마 생가입니다.

 

 

소담한 초가집 한채. 본채와 아래채로 이뤄진 청마의 생가. 원래 유치환의 생가는 통영시 태평동 522번지라고 하네요. 하지만 생가 부지에 복원의 어려움이 있어, 지금의 망일봉 기슭에 생가 및 문학관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장독.

 

 

그리고 아래채. 관리가 꾸준하게 잘 되고 있더군요. 깨끗하고, 마치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소박한 삶과 시가 연관이 되더군요. 당장이라도 방안에서는 그가 시를 짓고 있을 것 같았고, 편지를 쓸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마당에서 밖을 바라보면 바로 통영항이 보입니다. 시원한 바다바람과 짭쪼롬한 내음이 이곳이 정말 통영이라는 걸 말해주는데요. 실제 유치환의 생가의 위치보다 현재의 위치가 그의 문학과 더 어울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통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그의 시는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니까요.

 

 

 

청마 유치환의 삶과 문학을 살펴볼 수 있었던 곳. 청마 문학관.

바다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다시 눈에는 푸른 통영바다가 들어옵니다.

이때 "그리움"이라는 시가 떠오르더군요.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파도에게 하소연하듯, 애달픈 그리움을 파도에게 실어 보내듯... 애틋한 그의 사랑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통영을 비롯한 남해에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볼 거리도, 푸짐하고 싱싱한 먹을 거리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청마문학관처럼 마음에 양식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통영 바다를 내려다보며, 감성을 풍부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를 좋아한다면, 유치환 시인의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청마 문학관을 들려보시길 바랍니다.

 

 

 

가는 방법

-자가용 : 통영IC → 미늘삼거리 → 통영시청 → 장대삼거리(좌회전) → 정량동 새마을금고 삼거리(좌회전) → 충무주유소 앞 삼거리(좌회전) → 청마문학관


-대중교통 : 통영 시외버스터미널 앞 시내버스 승차장에서 정량동 또는 동호동 방향 버스 탑승 →목화장모텔 앞에서 하차 도보로 10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