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500여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산 윤선도의 고택 -녹우당

꼬양 2010. 7. 5. 09:00

산기슭 비자나무에 한바탕 바람이 몰아치면 우수수 봄비 내리는 소리처럼 들린다라는 뜻의 예쁜 이름을 가진 곳. 녹우당. 

 

 

이곳은 해남 윤 씨 가문의 고택으로 고산 윤선도와 선비화가 윤두서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고산유물관에는 공재 윤두서자화상, 해남 윤씨 가전고화첩, 윤고산 수적관계 문서 등의 유물이 전시돼 있습니다.

  

 

 

녹우당 입구의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는 1543년경에 고산 윤선도가 거주하면서 심은 것으로 알려져있죠. 사진에서도 은행나무가 상당히 기품있어 보이는데요, 실제로 봐도 상당히 크고 듬직합니다. 세월을 안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입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시인인 고산윤선도.

치열한 당쟁으로 일생을 거의 벽지의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경사에 해박하고 의약 ·복서 ·음양 ·지리에도 통하였다고 하죠. 특히 시조에 뛰어나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시가에서 아직도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죠.

 

 

 

윤선도 하면 떠오르는 어부사시사.

문학시간에 많이 배웠을 것입니다. 어딜가든 교과서를 떠올리는 꼬양, 공부잘했다는 티를 내려고 한 건 아니구요. 그냥 떠오르는 게 그것밖에 없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이 제일 재밌었는데, 어딜가나 국사보다도 국어가 먼저인가봅니다. 어쨌든...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각각 10수씩 모두 40수로 되어 있죠. 속계를 벗어나 물외에 서서 자연에 합치한 어부의 생활을 아름답게 나타낸 시라고 배웠는데...

고산의 작품 가운데서도 "오우가"와 아울러 으뜸이라 하죠.

 

"봄노래"  제1수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비췬다,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강촌(江村)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욱 됴타".

 

 

 

미술책에서 많이 봤던, 국사책에서도 많이 봤죠.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바로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조선 후기의 선비화가. 시·서·화에 두루 능했고, 유학에도 밝았죠. 조선 중기의 화풍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물화와 말 그림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묘사를 했는데. 강렬한 눈빛과 의지를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선비가 아니라 장수같은 풍모를 볼 수 있는 그림, 국보 240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유물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가면 푸른 하늘과 초록색 빛으로 가득한 녹우당이 있습니다.

 

 

산기슭 비자나무에 한바탕 바람이 몰아치면 우수수 봄비 내리는 소리처럼 들린다라는 뜻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초록빛이 가득한 녹우당.

 

 

 

 

집채는 서향, 대문은 남향, 안채에는 3칸의 대청과 대청 북단에 서향한 2칸의 마루방이 있고, 마루방 서쪽에 작은 온돌방이 2칸 이어져 안방을 이루고, 그 끝에 큰 부엌이 붙어 있습니다. 사랑채는 안채 앞에 있으며, 서향하여 남단에 2칸의 대청이 있고, 그 옆에 2칸의 온돌방이 이어지며, 온돌방 옆에 서쪽으로 돌출한 작은 온돌방이 있구요.

안채 뒤쪽에 큰 대밭이 이어지고, 남동쪽 귀퉁이에 선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으며, 외원 깥에 윤선도를 모신 고산사당과 고조인 윤효정을 모신 어초은 사당이 있습니다.

 

 

 

 

 

 

 이곳은 사랑채입니다. ^^

사실 녹우당이라는 말은 고택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강하나, 사실 이 사랑채를 가리킵니다.

고산이 수원에 있을 당시 효종이 당시 스승이었던 고산에게 하사했습니다. 한 때 아흔아홉칸이었던 집은 현재 55칸만 남아있습니다.

 

 

여기는 고산사당인데요, 면에 3개의 문이 있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입니다.

북동쪽으로 어초은의 재실인 추원당이 있고, 북쪽으로 녹우당이 있는데, 효종이 하사한 것으로 현판은 공재 윤두서의 친구인 옥동 이서가 동국진체로 썼다죠~

 

 

담벼락 뒤로 무성한 대나무들. 바람이 살랑살랑 불때마다 대나무 잎들이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는 추원당입니다. "추원"이라는 말은 먼 조상이나 부모를 추모하여 정중히 공경을 다함을 뜻합니다.

 

 

 

 

고택을 살펴보고, 비자나무 숲도 걸어봅니다.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 241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곳에 비자나무가 심어지게 된 이유는 마을 뒷산에 있는 바위가 노출되면 이 마을이 가난해진다고 해서 어초은이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여름날, 녹우당 곳곳은 초록빛으로 가득찼습니다.

500여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택, 그리고 푸르름이 더욱 짙어가는 비자나무 숲과 대나무밭까지.

오롯한 돌담길과 고즈넉한 녹우당의 분위기가 다시금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