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예스럽고 고즈넉한 500년 돌담길 천천히 걸어보기

꼬양 2010. 6. 17. 09:00

돌담길하면, 구멍이 숭숭난, 못난이 현무암으로 이뤄진 제주도의 올레길의 담벼락이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담쟁이 덩쿨과 붉은 흙이 어우러져 예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돌담길도 분명 우리나라에 있다. 

무언가에 쫓기듯 빠르기만한 내 발걸음을 늦추게 한 마을. 고즈넉한 500년 돌담길의 마을.

창평 삼지내 마을 돌담길을 천천히 걸어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창평. 우리나라에는 4개의 슬로시티가 있다.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 완도 청산도, 신안증도면, 장흥 유치면. 이렇게 총 4개이다. 그 중 한 곳인 창평 삼지내 마을을 찾았다. "내"라는 표현에서 다시 또 친근감을 가졌다. "하천"을 뜻하는 "내"는 제주도에서 많이 쓰이기에. ^^

 

 

 

옛날 원님 객사자리였던 창평면 사무소에서 시작되는 돌담길.

어떻게 이 길이 용케 보존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고. 돌담 마을들은 황토의 은은함에서 풍기듯 그윽한 향토의 멋을 지키고 있다.  

 

 

이 곳은 1510년경부터 '창평고씨(昌平高氏)' 사람들이 모여 살았는데, 이 마을에는 고씨 고택이 많다.
돌과 기왓장, 논흙 지푸라기를 섞어 만든 3km의 골목길은 포근함을 안겨준다.

시골의 푸른 하늘과 돌담길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그리고 코끝에 닿는 시원한 공기까지.
 

 

 

저멀리 보이는 남극루. 조선 후기에 건립된 누각이다. 1830년대에 고광일을 비롯하여 30여명에 의해서 지어진 누각인데 담양지방에서는 보기 드물게 평지에 세워진 누각이라고 한다.

 

 

 

이곳은 고재선가옥.

1986년 2월 7일 전라남도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은 대문채와 사랑채, 안채, 헛간채 등 전통적인 상류 주택의 모습을 잘 간직한 집으로 원래부터 가옥이 있던 자리에 1915년 무렵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올망졸망 장독들이 정겨움을 한껏 더 느끼게 한다.

 

 

다시 또 돌담길을 걸어본다. 지도를 펼치고 이 골목, 저 골목 삼지내 마을을 걷다보면 고택을 또 만나게 되는데.

 

 

고정주 고택.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다. 담양 창평초등학교의 전신인 창흥의숙을 세운 춘강(春崗) 고정주(高鼎柱 1863~1933)의 가옥으로, 안채의 상량문을 통해 1913년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을 열려 있기에 들어갔더니, 텃밭에서는 한창 밭일을 하고 계신 할머니가 계셨다.

 

 

 영산홍이 만발한 이곳은 고재욱고가. 1929년에 지어진 집인데 앞뜰엔 80년 된 큰 소나무 두 그루를 비롯, 크고 작은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 건물은 본채와 사랑채, 아래채 3동으로 이뤄져 있다.

 

 

 

 

고택을 방문한 사람은 나 말고도 여럿이 있었다. 여러 고택들중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만발한 영산홍때문이지 않을까...

 

 

고택에 이르는 길부터 유달리 넓직하다. 뭔가 나올것만 같은 곳. 이곳은 고광표 가옥.

2001년 9월 27일 전라남도민속자료 제37호로 지정되었다. 남부 지방의 전형적인 대농가옥으로, 여느 양반집에 비하여 손색이 없다. 뼈대가 굵고, 치목이 잘 되어 있으며, 짜임이 건실하고 보존상태 역시 우수하다고 한다. 다만 이 가옥은 요청시에만 공개를 하기에. 내가 간 때는 볼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

 

 

 

 

 

정겹고, 포근한 돌담길은 계속 이어진다. 기와 위로 뻗어나간 담쟁이는 푸르름을 더하고. 

 

 

 

간간히 돌담길 중간중간에 이렇게 녹슨 철문을 만나기도 한다. 왠지 이 문 역시 세월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발걸음이 멈춰지기도 하고.

 

 

 

 

길을 따라 다다른 창평초등학교. 소박한 초등학교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없었다.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그 운동장을 거니는 내가 있으니 학교는 외롭지 않겠지.

 

 

삼지내 마을을 한바퀴 휘이 돌아 출발점이었던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삼지내 마을의 돌담은 주로 토석 담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 외에도 토담, 돌담, 전돌을 사용한 담 등 다양한 형태의 담이 혼재되어 있다.

늘어선 돌담에 핀 야생화. 담쟁이 넝쿨과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다양한 나무들까지. 텃밭에는 고추며. 푸성귀도 무성하고.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바쁜 도시생활에서 가질 수 없던 여유를 느껴보기도 하고, 시골의 정취에 포옥 빠져보기도 했다.

슬로시티인 이곳에서는 빨리 걸을 필요가 없다. 천천히 500년 세월을 머금은 돌담길을 거닐면서 잠시 힘든 생활의 짐을 내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