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상처가 나서 피가 나고 쓰라렸다. 아파서 눈물 난 것 보다도 이 상처에 연고를 발라줄 사람이 없어서, 밴드 하나 붙여줄 사람이 없는 것이 서글퍼서 울었던 경험이 있다. 투정 부릴 나이도 지났고, 응석 부릴 나이도 지났음에 서러워 울었던 때도 있었다. 시련과 아픔은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삶을 살아감에 있어 좀 더 강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과정에는 눈물과 쓰라림이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아닌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는 일. 상처가 났기에 아플거라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보고, 아픔을 가늠하는 일만큼 어렵고 애매한 것도 없다. 때문에 위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체의 일부면 아픔의 강도를 알 수 있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 상황을 겪어보진 않고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또한 본인의 상황에서도 그것은 비슷하게 적용된다. 지나가는 인생의 수많은 아픔 중에서 내가 겪지 못했던 상처들보다 겪었던 일들이 큰 트라우마로 자리매김하기도 하고, 아픔의 강도를 예측하지 못해 더 큰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누가 위로를 하면 "네가 뭘 알아?"라며 쏟아붙이기도 하고, 인생이 남긴 상흔들을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기도 하고.
그 상처들을 치료는 못하더라도 그 상황에 대처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난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는 종족중에 하나로, 정말 실수를 오지게 해서 배워나가는, 겪어보고 깨닫는, 이른바 정말 단순한 사람이다. 때문에 머리가 아닌 손을 믿는, 경험을 믿는 습성이 강한지라 아픔과 상처의 크기도 남다르다. 머리로 사랑하고, 머리로 판단하고 머리로 인생을 살면 편할 것을 굳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경험으로 맞서고자 하기에 좀 더 많은 시련과 아픔들이 있었다. 수많은 아픔과 상처를 통해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진다는 걸 느끼긴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막상 시련에 맞닥뜨리면 그 상황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이제는 적응할 법도 되었지만, 아직도 아픔과 시련의 부적응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나.
상처의 원인은 무엇? 대체 뭐가 나를 아프게 하는가?
서두가 너무나도 길었다. 누구나 살면서 아픔과 상처를 갖고 살아가지만 유독 나만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나보다. 어쨌든, 스물여덟 이 나이를 살아오면서 나도 저자처럼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많다. 대체 무엇이, 뭐가 나한테 상처를 주는지, 상처의 가해자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는 첫번째 파트에서 상처를 주는 그 무언가에 대해 말을 한다. 상처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을 하며 어린 시절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해 언급을 하고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평생을 살아도 없어지지 않는,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악몽으로 자리잡는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모두 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의 어떤 일로 인해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특정한 행동은 하지 못한다거나, 조금 더 심화되면 어떤 장소까지 가지 못하게 되는 그런 트라우마로 남게 되기도 하고. 저자는 그리고 그 연장선인 학교생활과 좀 더 자라면서 맞게 되는 배신과 모욕까지 언급을 한다. 하나 충격적인 저자의 말은 자기계발과 여행은 답도 아니라 결론내리는 부분에서다.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계발과 여행이 답도 아니면 대체 무엇이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데 답이라는 건가? 좀 더 저자가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내 의견과 저자의 의견이 맞닥뜨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처를 다룰 것인가? 상처주지 않는 기술이란
저자는 상처를 잘 들여보라고 말한다. 가장 쓰라린 상처에 가장 커다란 재능이 숨어 있다고 말이다. 상처 속에 숨겨진 재능을 여는 열쇠
가 있고 그 상처를 극복하는 자가 날아오를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추락한다고 말한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서는 그 상처에 대해 잘 알아야함은 당연하다. 다시 그 상처를 들춰내는 것만큼 아픈 것도 없다. 베인 곳에 소독을 해야하고,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 물이 안들어가도록 해야 흉터없이 잘 아무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 역시 그러하다. 그가 말하는 나와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기술도 간단하다. 그는 마음의 학교로 가자고 말을 한다. 상처를 주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상과 화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상처와 아픔에 있어서 나는 늘 피해자였고, 상대방 또는 세상이 가해자였다. 피해의식이 어쩌면 상처와 아픔을 더 짙게 만들었을 것이다. 여행과 자기계발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아픔에 대한 인식전환, 세상과의 화해다. 마음을 닫아놓는 것보다 열고, 그 아픔이 아물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필요도 있다. 베인 상처가 딱지가 제대로 앉기도 전에 떼어내는 것만큼 아픈 것도 없다. 세상과 화해를 하고, 아무는 동안 자기계발이나 여행 등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높인다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있고, 사람은 상처를 받으며 자라고 살아간다. 상처를 주고, 또 받은 상처를 되돌려주는 것은 일반적이다.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라는 식의 앙갚음은 더 깊은 아픔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무관심과 폭력, 학교에서 교사와 친구들에게 받은 모욕과 따돌림, 애인 또는 배우자의 배신,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가 날리는 말 한마디와 무시하는 태도 모두 알게 모르게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 험난한 생을 살아와 주름이 깊은 노인이 되어도 존경 받기는 커녕 쓸모없는 사람 취급당하는게 태반이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상처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상처를 한번 입으면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소한 상처가 더 크고 곪아서 무서운 합병증인 더 큰 상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되는 이유는 문제는 상처받았을 때, 우리가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도록 우리는 상처받았을 때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상처 준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제대로 배워본 일이 없다. 내 상처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잘 들어주는 상대도 있지만 듣기 부담스러워하고, 상처를 고백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어느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며 당사자 혼자만 끙끙 앓으려 한다. 바쁜 삶 속에서 우리가 인정하지 않고 쉬쉬하느라 바빴던 상처를 제대로 생각하고 대처하기까지 내면을 돌보는 방법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상처를 받고 있는지, 그 상처가 적절히 다루어지지 않을 경우 얼마나 파괴적이고 큰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상처에 제대로 대처하고 이를 넘어서는 방법을 책에서 알려주고 있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치유할 노력조차 않는 사람에게 이 책은 아무 쓸모가 없다. 상처가 있다고 느끼고, 그 상처에 좀 더 민감해지고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 무쇠심장, 철의 가슴을 가진 자들에게 그저 한낱 쓸모 없는 자기계발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난 오늘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요즘들어 크게 달라진 내 모습 중 하나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 상처를 보듬어 보는 것...
마음에 난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흉이 지지 않을 때 그때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상처에 관한 책도 더이상 보지 않을 것이고...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추천 한방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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