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충청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백제의 사찰 - 수덕사

꼬양 2010. 5. 21. 09:00

고즈넉하고, 푸른빛으로 가득찬 사찰을 상당히 좋아한다. 작은 암자 하나라도 정이 가고, 오르는 발걸음이 비록 무거울 지언정 마음만은 사뿐사뿐 가벼운데...

발걸음도 가볍게, 마음도 가볍게, 하지만 역사만큼은 심오하게 봐야하는 사찰이 있다.

 

삼국시대 때, 고구려, 백제, 신라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불교를 수용한다. 제일 마지막으로 불교를 수용한 나라가 신라였지만, 백제와 고구려는 일찌감치 불교를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절들이 곳곳에 세워지는데, 백제의 경우에는 문헌상 12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한다. 백제 12개의 사찰중에서 현존하는 사찰은 단 하나다.

바로 충남 예산에 있는 수덕사.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얼추 절들은 많이 가본 것 같다.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절은 가끔 가는 편이다. (절밥 먹으러 간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지만 <-사실일지도?)

 

 

일요일, 수덕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일주문을 지나 양 옆에 늘어선 연등 사이길을 걸어 금강문과 사천왕문을 지나서 다다른 황화정루.

선지종찰수덕사라는 편액이 보인다.

 

 

그리고 왼쪽에 살포시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잡은 수덕사 7층석탑. 그렇게 나이는 많아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탑은 나보다는 나이가 훨씬 지긋하지만, 수덕사와 비교했을 때, 티끌같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연세는 80이신 탑이다.

 

 

 

 

하늘을 가린 연등. 밤에 불이 들어오면.. 더더욱 빛나겠지?

절은 밤에 찾아야하는건가... 살짝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갔을때 빼곤 절은 주로 낮에 찾았던 것 같다. 다음에 꼭 한번 밤에 절을 찾아가보리라 다짐해본다.

소원을 담은 연등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바람의 살짝 스쳐갈때마다 반갑다는 듯 흔들리고.

 

 

수덕사 3층 석탑. 통일신라의 양식을 한 고려시대의 석탑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붕돌과 몸돌 일부가 파손되었지만서도 전체적으로 균형미를 갖춘 석탑으로 불린다.

 

 

 

두근두근. 그리고 대웅전.

고려시대에 유행한 주심포 양식으로 맞배지붕까지. 비바람에 빛이 바랜 나무기둥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쨘해졌다.

 

 

갈라진 나무틈을 손으로 쓰다듬어 봤다. 세월을 안고, 역사를 안고, 그렇게 그자리에 서서 무거운 지붕을 들고 서 있었을텐데 말이지.

 

 

 

보통 대웅전에는 벽화가 그려지는데 수덕사의 대웅전에는 벽화가 없다. 벽화는 유실됐고, 남아있는 건 모사본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참, 대웅전 안에 들어가려면 오른쪽 문을 이용해서 들어가면 된다. 정면 문은 개방하지 않으니 참고바람!

 

대웅전 왼쪽으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쨍그랑 소리가 들린다.

"신성한 절에서 누가 돈놀이를?" 라고 생각했으나...

 

 

돈놀이를 하고 있는건 사람이 아닌 두꺼비? 개구리다. 어쨌든 돈은 얘네들 몫인 것이다. 돌 팔자가 상팔자인 가보다. 이 두꺼비들도 절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면 아마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었을텐데.

 

 

돌에 이렇게 동전을 얹어놓고 떨어지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사실 난 하질 못했다.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_-;

 

 

어른, 아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들 돌 앞에 서서 동전 올려놓기 바빴다.

앞에서 살짝 미소 짓고 있는 보살. 사진 찍는 나도 살짝 미소를 지어보고.

 

 

 

 

 

경내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이젠 발걸음을 옮길 차례. 바글바글 사람들로 가득찼던 길은 이제 한산하다.

연등만이 힐긋힐긋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내려가는 길, 문득 허전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내 사진 속에 주인공처럼 당당히 들어와 자리를 잡은 세 분께 감사의 말(?)을 들야할 듯 싶다. 금강문만 찍었다면 허전할 뻔 했던 사진이 세 분들 덕분에 산 느낌이....

 

그나저나. 국사 시간에 배웠던, 사진으로만 봤던 사찰을 둘러보는 재미는 아는 사람만 알지 않을까 싶다. 이 느낌은 마치, 몇 년간 만나지 못했던 동창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랄까. 설명할 순 없지만 뿌듯함으로, 즐거움으로 느껴지는 기분이다.

중, 고등학교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나름 알고 있는 국사 상식들을 총 동원해가며 조각을 짜맞춰가고, 그리고 어느덧 그곳의 퍼즐은 완성이 되고.

퍼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발은 이미 일주문을 지나 수덕사 출구, 주차장을 향해 있었다.

 

현존하는 유일의 백제사찰 수덕사.

수덕사 벽화 모사본은 언제면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한숨도 나왔지만, 수덕사의 곳곳을 돌아보다보니 수덕사의 나이를, 수덕사의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근데... 언제면 고구려의 사찰을 볼 수 있을까? 힘들까...? (엉뚱한 생각중인 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