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조선시대, 제주를 구했던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요즘 세상에서도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지갑을 꽁꽁 여닫고 있는 상황인데요.
조선시대, 제주도를 구휼했던,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기생의 신분까지 정말 아주 열악한 조건에서
나눔을 베풀었던 김만덕 할머니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왜 자꾸 할머니, 할머니 그러냐구요?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김만덕 할머니"라고 배워서 그렇습니다^^;
제주도 조냥정신이라고 있거든요~ 조냥이라 하면 절약이라는 말의 사투리입니다^^
조냥정신을 배울때면 의례 등장하는 것이 바로 김만덕 할머니입니다.
원래 할머니도 사투리로 할망이라고 하기에, 김만덕 할망이라고 해야겠지요?
(제주어 강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난감한 상황-_-;)
암튼~ 김만덕할머니(1739∼1812)는 1794년 제주에 큰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자
전 재산을 털어 곡식을 구입해 십분의 일은 친족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관가에 보내 백성들을 기아에서 구했습니다.
진휼이 끝나자 제주목사가 이 사실을 조정에 알렸는데요.
당시의 왕이 정조였었죠? 조선왕조실록 정조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곳을 보시면요~
正祖 45卷, 20年(1796 丙辰 / 청 순치(順治) 1年) 11月 25日(丙寅)
丙寅/濟州妓萬德, 散施貨財, 賑活饑民, 牧使啓聞。 將施賞, 萬德辭, 願涉海上京, 轉見金剛山, 許之, 使沿邑給糧
정조 45권, 20년(1796 병진 / 청 순치(順治) 1년) 11월 25일(병인) 1번째기사
제주의 기생 만덕이 굶주리는 백성을 구했다는 보고를 받다
제주(濟州)의 기생 만덕(萬德)이 재물을 풀어서 굶주리는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였다고 목사가 보고하였다.
상을 주려고 하자, 만덕은 사양하면서 바다를 건너 상경하여 금강산을 유람하기를 원하였다.
허락해 주고 나서 연로의 고을들로 하여금 양식을 지급하게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여러기록에 나와있는 만덕에 대한 것을 살펴보면요.
정조가 소원이 뭐냐고 묻자 만덕은
'소원하는 바가 없으나 서울에 올라가서 임금님 계시는 궁궐을 우러러보고 금강산에 올라가 일만 이천봉을 구경한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고 해서 서울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김만덕을 만난 정조 임금은 의녀반수를 제수하고 궁에서 살도록 했구요.
만덕은 또 소원에 따라 금강산 일만 이천봉을 유람했습니다.
만덕이 궁 생활을 끝내고 돌아오려 하자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만덕의 거룩한 뜻을 담은 「만덕전」을 지어 건넸고, 병조판서 이가환(1742∼1801)은 만덕의 선행을 시에 담아 주었죠.
그리고 헌종 6년(1840) 제주에 유배온 추사 김정희는 만덕의 진휼 행장에 감동하여 손수 '恩光衍世' 찬양한 글을 지어 양손 김종주에게 주었다 합니다.
▲김만덕 기념관 내부
제주시 사라봉 내에는 김만덕 기념관이 있습니다.
허덕이는 주민들을 구휼한 김만덕의 자선 정신을 높이 기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을 주기 위해
마련된 장소이죠.
만덕관에는 만덕할머니가 살았던
1739년(영조 15년)부터 1812년(순조 12년)까지의 각종 의상과 생활 용구, 영정 등 180여 점의 유물을
중요무형문화재 80호 자수장 한상수 씨에게 임대해 전시하다,
2000년 6월 소장자의 요구에 의해 자료가 반환됐구요.
이후 2000년 8월부터는 한국화가 강부언 씨가 만덕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계속 전시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흑... ㅠㅠ
▲만덕관 외부모습
▲모충사 묘비
가운데 만덕이라고 쓰여진 게 보이시죠?
▲ 만덕 기념탑
그리고 사라봉 공원 내에 있는 모충사는 조국독립을 위해 일본에 항쟁하다 순국한 열사와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 제주도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곳입니다다.
이곳에는 의병항쟁 기념탑,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탑, 김만덕 할망 기념탑이 서 있죠.
솔직히 저는 이 사라봉 정말 엄청 많이 다녔습니다.
저희 아버지 형제분들이 근처 살아서 제사때에도 이 동네를 갔었고,
저녁운동할때도 갔던 곳이 사라봉.
유치원때 소풍갔던 곳도 사라봉(사라봉에서 찍은 유치원 단체 사진 아직도 있습니다).
사라봉에 대한 기억이 엄청 많지요.
하지만 저에게 추억된 장소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를 구했던 김만덕 할망을 비롯한 여러 열사를 기리기 위한 곳으로 기억을 해야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철없던 시절 사라봉 간다고 하면
"또 거기야?" 투덜댔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 사라봉 일몰 모습
운동하기에도 좋고, 그리고 사라봉은 사봉낙조라고 해서 일몰 모습이 장관인 곳입니다.
해가 늬엿늬엿 저물무렵 붉게 물들어가는 제주항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어찌하다보니 김만덕 할머니 글을 쓰다가 사라봉 얘기까지 하게 되었네요^^
사라봉에 가신다면, 김만덕 기념관에 들러서 만덕 할머니에 대해 좀 살펴보구요,
그리고 모충사 기념탑들을 한번 쭈욱 훑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겁니다.
그 분들이 있었기에 제주도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해질녘이라면 일몰까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