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서울

추운 겨울날씨 속 산책의 또다른 매력 발견 - 여의도공원

꼬양 2011. 2. 2. 07:30

[서울 산책] 유난히 햇빛이 따가웠고, 더웠던 2010년의 여름. 언니들과 밥을 먹고 여의도 공원을 산책하던 것이 엊그제인 것만 같은데 벌써 2011년이고, 1월. 아주 추운 겨울 중에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연일 수은주는 영하 15도 근처를 맴맴 돌고 있고.

날씨가 춥다보니 어딜 가지도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던 것이 일쑤.

 

2011년 사진 폴더는 텅텅 비어있고,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이 없자, 한강으로 나섰다. 바다가 보고 싶었으나, 바다는 너무 멀고 강으로 나섰던 거다. 여기에도 영하 17도라는 동장군의 입김이 작용했다.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여의도공원 버스 정류장. 버스 한번에 타면 여의도 공원까지 올 수 있어서 참 즐겁다. 대중교통을 이런 맛에 이용하는거라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여의도 공원을 걷기 시작한다.

 

 

여름에 이곳은 사람들도 북적거렸고, 초록 풀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하얀 눈만이 버티고 있다.

겨울의 주인공은 단연 추위와 눈. 코끝이 시리도록, 볼이 얼얼하도록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그래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내 손까진 막지 못한다. 이 날 나의 패션 코드(?)는... 군밤장수였다 -_-; 러시아에 갈때나 쓰고 갈법한 털이 복실복실 달린, 툰드라 지역에서나 쓸법한 모자와 코트... 그렇지만.. 그래도 추.웠.다 ㅠㅠ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에서 20년 이상 살다온 아가씨에게 영하 17도의 날씨는 참으로 혹독했다. 아직도 날씨에 적응을 못하겠다.. ㅠㅠ

 

 

시린 겨울 날씨는 하늘을 더욱 파랗게 만들었다. 여름날에는 꿈도 못 꿀 청명한 하늘. 서울 하늘이 이렇게 맑은 때가 있었던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크게 심호흡하고 싶을 정도로 공기가 맑은 것만 같은 착각까지 든다.

 

 

앙상한 나무 가지 뒷편으로는 강 건너 높다란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인다.

 

 

빙판과 눈에 유독 약한 나는... 눈이 치워진 길로만 걷는다. 하지만... 꼭 이런 사람있다. 치워진 길로 안 걷고 눈 위로 걷는 사람들. 이들의 심리가 궁금할 뿐이다. 눈 위로 걸으면 신발도 젖고, 참 불편할텐데...

 

하지만, 눈위로 걸으면 정말 겨울을 느낄 수 있다. 뽀득뽀득 눈을 밟는 소리.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을 밟으면서 걸어가는 기분은 마치 내가 개척자라도 된 것만 같다. 물론, 그것도 한 때였고, 지금은 마음이 많이 찌들었는지... 

치워진 길로만 걷는다. 걷다가 약간의 얼음이 언 곳이라도 보이면 바로 피해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왜 이렇게 몸을 사리게 되는지... 아... 이런 때 정말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20대 후반 나이에 이 무슨 엄한 생각이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공원의 산책로를 걸어본다. 

 

 

눈 쌓인 공원 한 켠에서는 아이들의 눈싸움도 잠시 볼 수 있다. 영하의 날씨, 매서운 겨울이라는 계절을 잊은 것은 역시 아이들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그리고 산책나온 엄마와 아이들. 이들의 발걸음이 상당히 가볍다. 눈 위에 살포시 얹어진 것만 같은 벤치는 누구하나 앉을 기색 없지만, 벤치로 가는 길은 깨끗하게 눈이 치워져있다. 이 또한 배려이리라. 추운 날씨, 이곳에 데이트 나온 연인들도 필경 있을 것이고, 잠시 지나가던 사람이 벤치에 앉아 쉴 수도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나온 연인들도 마주하게 되는 곳, 공원. 겨울은 사랑 또한 얼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매서운 바람도, 영하의 온도도 사랑만큼 뜨겁진 않겠지.

 

 

봄이 되면 이곳도 푸르른 잔디로 가득찰 것이다. 눈 쌓인 겨울의 잔디밭은 빨리 걷기 대회라도 한 듯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수북하다. 이들의 발자국은 대체 어디까지 나 있을까?

 

 

겨울이지만, 놀이터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역력하다. 이 날씨에 운동?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춥지만... 사람들의 열정까진 막을 수 없겠지. 대단할 뿐이다!

 

 

그리고 강변으로 내려가면.. 쩍쩍 갈라진 얼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한강의 얼음이 다른 해보다도 두껍게 얼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추운 겨울을 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오싹. 다가올 여름 걱정에 다시 한번 머리가 지끈!

 

 

 

추운 겨울날씨. 날씨가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더 춥다고 느껴진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움직이고 활동을 해야하지 않을까?

매서운 추위는 바람을 몰고 오고, 그 바람은 서울의 안 좋은 공기를 다 날려버린 것만 같다. 늘 매캐하고 뿌연 스모그로 가득찼던 서울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한 하늘로 바뀌어있다.

 

혹시 밤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는가? 겨울 서울의 밤하늘은 정말 별과 달이 보일 정도로 또렷하다. 언제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볼 수 있겠는가...

버스에서 한 문구를 본 게 생각난다. "서울의 공기를 제주도의 공기처럼" 이 문구가 맞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여의도 공원을 걷다가 본 서울의 하늘 느낌은 그랬다.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한강 건너편의 고층 아파트들이 그 하늘 느낌을 조각내긴 했지만...

 

차가운 눈밭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아내는 즐거움이란, 지나가는 연인들을 지켜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가족들의 산책을 뒤에서 바라보며 왠지 모를 그리움을 느껴보기도 하고.

 

겨울날 산책은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구름 한 점 없었던 날의 여의도 공원 산책.

추워서 걸음을 재촉하기도 했지만, 내 사진들은 그 날의 느낌을, 기분을, 생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참에~ 오늘 산책 어때요? ^^